자유학기제'시행 1년, 무엇을 남겼나

"학생 스스로 행복 찾는 힘 길러주는 교육"

2017-01-16 12:02:13 게재

학교 밖 넓은 세상 여행 … '자유학년제'로 전환제시

객관성 담보할 수행평가방법· 대입제도 개선 시급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칠 것인가?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키워줄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은 ‘자유학기제’를 접하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송윤숙 인천시교육청 장학사가 미래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제수현(부산 하단중학교 국어)교사는 “‘행복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고민에 빠졌을 때 자유학기제가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제 교사는 ‘나-수업-삶’을 연결하는 교실수업 설계도를 다시 그렸다. 토론과 토의, 인성 중심 수업을 주요 수업방법과 요소로 삼았다. 모둠 협력수업은 반 학습전체 토의로 확산됐고, 아이들은 서서히 바뀌어 갔다. 제 교사는 “자유학기제가 학생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가은(인천 진산중학교)양은 “항상 자신감도 없었고 친구 사귀기도 힘들었다. 혼자 책을 보며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뮤지컬 동아리에 참여했고,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할머니 역할을 맡아 멋지게 해냈다. 자신감과 행복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며 “자유학기제는 내 스스로 꿈을 만들 기회를 안겨준 선물”이라고 수기에 적었다.

13일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자유학기제 성과발표회에 참석한 학생들.


수업개선, 기법보다 철학이다 = 13일 교사와 학생 1000여명이 자유학기제 1년 성과를 공유하고 개선점에 대해 토론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교육의 변화’라는 주제로 교실수업, 체험지원, 수업지원단 및 대학생봉사단 활동 사례를 발표했다.

전현숙(전주 덕진중학교)교사는 “‘공부해라’ 보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하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관심분야에 열정을 갖게 하는 것이야 말로 교육의 본질이라 생각한다”며 “자유학기제 1년은 ‘잘 가르쳤다’는 개념보다 ‘학생들이 잘 배웠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수업개선은 기법보다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인재양성을 위한 자유학기제 방향 탐색’ 발표와 토론에서 수많은 성공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인천시교육청 송윤숙 장학사는 ‘미래교실과 소통’이라는 주제로 ‘미래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자유학기제 주인공들


발표회 참석자들은 ‘저게 가능한가’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미래마을 789 프로젝트’는 학교와 지역의 7가지 도움(강연 체험 토론 캠프 역량교육 동아리 등)을 받아 미래사회를 위한 8가지 체험(사물인터넷 VR 3D프린터 드론 자율주행 적정기술 등)을 하는 대규모 과제다. ‘2036년 우리가 살 공동체 마을을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목표로 인천 강화도 모든 중학교 학생 468명이 1년 동안 토론하고 직접 만든 공동체 마을이다. 자유학기제가 학교 담장을 넘어 넓은 세상과 만날 수 있음을 확인해준 사례로 평가받았다. 송윤숙 장학사는 “미래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탐색하고 설계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도록 했다”며 “학생들은 자신 이해하는 미래진로체험을 시작으로, 인성역량과 창의성이라는 교육과정을 거친다. 이어 토론을 통해 미래진로와 꿈을 실현하는 미래마을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참석교사들은 교실수업 변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교사역량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만족도나 학교생활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미선(경남 경상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학교)교사와 교사연구회는 학생과 교사가 모두 주인공이 되는 ‘수업 3.0’을 개발했다. 이를 자유학기 주제선택, 동아리 활동, 2·3학년 일반교과에도 자연스럽게 연계했다. 초기 ‘자유학기제 절벽효과’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자유학년제’ 모델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은숙(대전 어은중학교)교사는 ‘역사와 보테니컬아트의 절묘한 만남’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이 교사는 역사와 미술 융합수업을 위해 직접 ‘보테니컬 아트’를 배웠다. 학생들은 세종대왕의 백성 사랑과 한글의 우수성,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 안중근 제국주의를 쏘다, 일본의 독도역사 왜곡 등을 주제로 교실수업과 연계해 보테니컬 아트로 승화시켰다.

부산시교육청은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학교지원 우수사례로 뽑혔다. 대상별 맞춤형 주제를 선정, 컨설팅단을 꾸려 학교를 지원했다. 교원 맞춤형 연수지원 등 관련 프로그램을 들고 학교를 찾아 자유학기제 시행착오를 줄였다.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도 교육에 관심 = 기업,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단체들도 자유학기제 지원에 나섰다. 형식적인 업무협약이 아니라 전문성을 살린 진로체험과 교실수업 자료를 제공했다. 거리가 멀어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농산어촌 학교는 영상을 통한 ‘원격지원’으로 해결했다.

기업과 지자체도 학교변화 지원에 나서 박수를 받았다. 우측부터 김민수 현대자동차 브랜드전략실장, 곽상욱 오산시장.


현대자동차의 경우 ‘미래 자동차 학교’를 운영해 자동차를 통한 진로교육을 지원했다. 자동차 프로그램을 1회성 체험이 아닌 지속가능한 교실수업으로 정착시켰다. 교사연수부터 14차시(차시당 90분)분량의 수업자료를 개발·보급, 지난해 120개교 4800여명이 자동차 관련 수업을 진행했다. 김민수 현대자동차 브랜드전략실장은 “자동차를 통해 디자인이나 미술,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를 예측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자유학기제 동안 교사들이 직접 진로체험과 전문분야를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산시청은 택시?버스 기사와 학부모, 시민들을 모아 ‘미리내일학교’를 운영했다. ‘미리내일학교’는 미리 가보는 ‘내(My) 일(Job)’과 ‘내일(Tomorrow)’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시장이 직접 발로 뛰며 관공서, 대학교, 기업체와 MOU를 체결하거나 체험처를 발굴했다. 오산시는 현재 30개 분야, 100여 개의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자유학기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지원우수사례 기관으로 선정됐다. 오산시 사례는 지자체가 교육에 얼마나 많은 지원과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지 척도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교육발전을 위해 지역사회 역할이 무엇인지 포럼을 열고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단체장들에게 제안했다.

관심과 호기심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자유학기제를 위한 메이커 교육’으로 미래사회를 진단할 수 있게 했다.
디지인씽킹, 3D프린팅, 아두이노 등 오픈 소스(Open Source)로 구성된 15주 프로그램을 충청지역에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꿈길 원정대’를 꾸려 은행원 체험과 금융교육을, 산림청은 지난해 산림항공 등 산림분야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제공, 319개 학교 3만5000명이 숲에서 산림자원 분야 체험과 교육을 받았다.

교육대학원생들은 ‘요리 속 과학이야기’를 기획, 자유학기제 수업 방향에 맞게 운영했다. 이를 통해 교과 수업의 다양화 및 융합교육의 취지를 살렸다. 또한, 거꾸로 교실 운영을 위한 국어 디딤돌 영상자료 제작 지원에 앞장섰다.

대학생봉사단으로 구성한 연세CSI과학수사대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수사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과학수사 관련 중학교 대상 진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과학수사 프로그램인 ‘과학이 밝히는 진실, 과학수사의 길’을 기획·운영, 중학생들에게 과학수사 기법 체험 및 법 과학의 기초원리를 안내하는 수업을 했다.

예혜란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은 “자유학기제 전면시행 1년 만에 학교 밖 조직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한국 교육의 변화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원하는 교육청과 학교를 중심으로 자유학년제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성과발표와 시상식


교원대 등 교사양성기관 변화예고 = 자유학기제를 이끌었던 교사와 교육전문가들은 자유학기제를 넘어 자유학년제 도입을 조심스럽게 주문했다.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증거다. 이를 위해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리는 대학입시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유학기제 동안 활동을 담는 수행평가 방법을 개선에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의 비중이 커지고 수행평가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수학습평가지원팀’을 구성하고 학생부 기재와 수행평가 방법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술형 평가방식에 익숙지 않은 교사들은 기존 학생부 작성 지침만으로는 학생부 기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유학기제 정착을 위해 객관성과 신뢰를 담보할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자유학기제가 교원대, 사범대학 등 교사양성 기관의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13일 “교육격차 줄이기, 4차 산업혁명 대비한 교육, 잠재적 역량을 찾아낼 수 있도록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수한 교원을 양성할 수 있도록 관련 대학의 교수학습 시스템을 개선하고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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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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