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하는 날'로 소비 늘까

2017-02-23 10:59:38 게재

승용차 개소세 인하·대규모 할인 '카드' 다 써버린 박근혜정부

내수활성화방안 쥐어짜 마련했지만 … 소비진작 효과 불확실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해 조기퇴근을 유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경차 유류세 환급한도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되고, 구직급여 상한액은 4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된다.

정부는 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내수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소비심리 회복과 가계소득 확충, 가계 및 자영업자 부담 경감에 중점이 두어졌다. 최근 소비 둔화가 △정국 불안과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심리 위축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등에 따른 고용부진 및 가계소득 정체 △생활물가와 생계비 증가로 인한 소비여력 제한 등에 따른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출 여력이 있는 중산층·고소득층은 바로 소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심리를 개선하는데 집중했고, 저소득층은 가계소득을 확충하고 생계비 부담을 줄여 지출 여력을 늘리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800억 자금 조성해 청탁금지법 피해업종 지원 = 정부는 우선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해 이날만큼은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30분씩 더 일하고 지정된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한 금요일에는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쇼핑이나 외식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했다.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30%에서 40%로 확대한다.

정부는 8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전용자금을 조성해 음식점·화훼업·농축수산업 등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의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운영자금을 저리 융자해주기로 했다.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등 세금 납부기한도 최대 9개월 연장해줄 예정이다.

객실요금을 10% 이상 인하한 호텔·콘도에 대해선 재산세를 최대 30% 깎아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해외 골프수요를 국내로 전환하기 위해 골프 관련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규제를 완화하는 골프산업 육성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상환 어려운 장기체납 건보료 결손처분 = 이번 대책에는 경기부진으로 소득기반이 위축된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들도 포함됐다.

정부는 구조조정 중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대형 3사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업자 생계보호와 재취업 지원 강화를 위해 구직급여 상한액은 현재 4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한다.

체당금 신청 후 지급까지 소요기간은 현재 7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소액체당금 상한은 3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저소득층 근로계층의 자활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 요건 중 단독가구 지급대상을 40세 이상에서 3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녀장려세제 재산기준은 1억4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완화한다.

서민들의 주거·의료·교통비 등 생계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들도 내놨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의 50% 이상 봄·가을 이사철에 집중 공급해 전세금 상승을 억제하고 주택기금의 전세자금·월세대출 한도는 각각 1억2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초과하면 본인 부담이 급증하는 노인 외래진료비 정액제도를 개편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징수가능성이 없는 10년 이상 장기체납 건강보험료는 결손처분하기로 했다. 생계형 체납자가 압류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0년 이상 체납자는 87만세대, 1200억원에 달하는 데 징수가능성 여부를 검토한 뒤 결손처분할 계획이다.

유류세 환급한도 20만원으로 상향 = 유가상승에 따른 서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차 유류세 환급한도는 연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KTX·SRT를 25일전 예약하는 경우 최대 50% 운임을 깎아주는 등 조기예약에 대해 파격적인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이동통신사가 마케팅을 위해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경품가액 기준은 총 3000만원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수능응시수수료 면제대상을 기초수급자에서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하고 기초수급자에 대해선 국내선 여객공항이용료를 50% 할인하는 등 5개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운영실적이 미흡한 국립대학교 합격증명 수수료 등 58건은 아예 폐지한다.

정부는 워크아웃 중 실직·폐업하면 최대 2년간 대출상환을 유예하는 등 한계 차주 지원책도 마련했다.

이밖에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에게 기업당 10억원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 지원방안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정부는 각종 지원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기금,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등 기금지출액을 2조2000억원 늘리고 지방교부세·교부금 조기 정산 규모도 8000억원 확대하는 등 총 3조원의 재정을 보강할 방침이다.

"서민 도움되겠지만 소비 증대는…" = 정부가 지난해말 경제정책방향을 발표 한 뒤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내수활성화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경기상황이 간단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출이 3개월 연속 증가하며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지금처럼 소비 둔화세가 지속되면 1분기 성장률이 당초 목표로 했던 0%대 중반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각종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대규모 할인행사 등 효과가 큰 카드를 다 써버리는 바람에 이번 대책은 가짓수만 많을 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의 경우 우리나라 직장문화에서 제대로 정착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전월세 대출한도 확대나 학자금 상환 유예 등 생계비 경감 대책 중 상당수는 소비진작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활성화 대책이라기 보다는 복지정책에 가깝다"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가 활성화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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