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우조선 손배소액 100억 ↑

2017-04-11 10:53:22 게재

산은과 채무조정 첫 면담 후, 소송액 589억원으로 … "손해 규모 2천억원"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배상액을 100억원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 분식회계에 따른 주식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에 대한 국민연금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에 대우조선 등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489억원에서 589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은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을 위한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의 첫 면담이 이뤄진 다음날이다. 채무재조정 논의와 별개로 대우조선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첫 면담에서 '분식회계 관련 회사측의 입장'을 묻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로) 실제 재무 상태를 알지 못해 재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잘못 인식했다"며 "매수하지 않았어야 하는 대우조선 주식을 매수하고 훨씬 낮은 가격에 매수했어야 하는 주식을 분식회계로 인해 부풀려진 가격에 매수함으로써 약 2000억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후 감정결과 등을 고려해 나머지 손해액 전체로 청구를 확장하기로 하고, 우선 그 중 일부를 청구취지와 같이 청구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앞으로 국민연금의 소송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등에 대한 전체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1693억원으로 늘었다.

국민들의 마지막보루인 노후자금이 대우조선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면서 국민연금으로서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오는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대우조선의 회사채 4400억원 중 19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채무재조정 논의에서 일단 1900억원을 갚아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0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고 산업은행에 제시한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그동안의 검토결과 등을 보고했다.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석자들은 채무조정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12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에 반대나 기권을 결정하면 대우조선은 법정관리신청이 불가피하다.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중 사전에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법정관리신청과 동시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으로 대우조선의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산은은 오는 17일과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되면 21일 전후로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P플랜 절차에 필요한 작업을 1개월 전부터 진행했으며 회생계획안이 90%가량 마련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국민연금은 곧바로 분식회계에 따른 회사채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21일 회사채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손실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내부적으로 소송을 검토하는 등 준비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기관·개인투자자들도 합류할 것으로 보여 대우조선으로서는 추가로 수천억원의 손배 소송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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