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 들고온 일본 특사에 "위안부 합의 못받아들여"

2017-06-13 11:14:02 게재

대통령, 청와대 접견정치

피파회장엔 월드컵 제안

문재인 대통령의 내외빈 면담 내용이 눈길을 끈다. 새정부 출범을 시기와 맞물려 굵직한 뉴스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12일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한국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니카이 특사에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친서를 전달 받은 뒤 이렇게 말하고 "이점을 한일 양국이 직시해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자세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한·일 간에 어려운 문제가 없지 않지만 그런 문제를 직시하면서 보다 실용적인 접근으로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대로 지혜를 모아 해결하고 다른 문제는 그것대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양국의 민간교류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을 상호 방문하는 국민 숫자가 7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사상 최고인데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민의 숫자가 배 이상 많으니 일본 국민이 한국을 더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를 희망하고, 이른 시일내 양국 간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국제축구연맹(FIFA) 인판티노 회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2030년 월드컵 때 그런 기회가 오길 희망한다"며 "인판티노 회장도 관심을 가져달라"고밝혔다. 월드컵축구를 매개로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평화조성 활동을 펼치자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는 평화가 안정되지 못하고 세계에서 가장 긴장이 높은 지역"이라면서 "동북아도 유럽연합처럼 집단 안보와 경제공동체로 가야 하는데 스포츠교류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을 받은 인판티노 회장은 "이틀 뒤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데 이 문제와 관련한 시 주석의 반응도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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