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회의는 없애고 '경제현안간담회'연다

2017-06-22 10:44:24 게재

밀실·정경유착 버리고 공개적·대국민메시지 채널 개발

어제는 김동연·장하성·김상조 'J노믹스 트로이카' 참석

경제팀 임명 완료되면 확대 개편해 경제상황 인식공유

문재인정부가 서별관회의를 폐지하고 경제현안간담회로 대체하기로 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 관련 경제부처 장관과 기관장들이 참석하는 비공식회의인 서별관회의는 밀실 운용과 정경유착 창구로 비판받아왔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이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 등을 밀실 논의한 것으로 확인돼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서별관회의 대신 전날 열린 '경제현안 간담회'를 확대개편해 공개된 방식으로 부처간 거시경제 현안인식을 공유할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했다. 'J노믹스 트로이카'가 모두 참석한 셈이다. 공석인 경제수석과 산업부장관 등이 임명돼 경제팀이 최종 구성되면 이 회의체가 서별관회의를 대체하게 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확대개편된 경제현안간담회의가 서별관회의를 대체하게 된다"면서 "경제정책도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과 소통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활짝 웃는 경제 수장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 논의를 위해 만나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서별관회의, 정경유착의 카르텔 = 서별관회의는 왜 국민들로부터 불신의 상징이 된 것일까.

경제부처 고위 당국자들의 비공식 모임인 이 회의체는 청와대 본관 서쪽 별관에서 열린다고 해서 '서별관회의'로 불린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를 주축으로 하며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 현안을 막후에서 결정하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서별관회의의 장점은 '효율성'이다. 경제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제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별관 회의는 1997년 김영삼정부 당시 외환위기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회의체로 출발했고 20여년간 운용돼왔다. 그동안 서별관회의에서는 대북자금 지원논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검토, 대기업 빅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우조선 구조조정, 가계부채 해결방안 등 경제현안이 결정됐다. 청와대에서 회의가 이뤄져 대통령에게 바로 보고하고 빠르게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는 강점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서별관회의는 '밀실'에서 운영되는 데다 법적 근거가 없는 회의체다. 그래서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역대정권마다 밀실운영이란 비판을 받은 이유다. 임기후반에는 정권과 대기업간 거래가 이뤄지는 채널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에 부실지원을 결정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밀실의 컨트롤타워'란 오명을 쓰게 됐다.

◆새로운 채널 어떻게 운용될까 = "과거에는 서별관 회의가 있었는데,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중심이라는 것을 국민들께 알려드리기 위해 부총리 집무실로 왔다"전날 간담회에 참석한 장하성 정책실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경제정책을 청와대 중심이 아니라 경제부총리와 부처 중심으로 운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하성, 김상조 두 사람이 진보성향의 교수임을 고려해 국민들에게 적어도 경제운용에는 신뢰감을 주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경제정책의 화두는 진보성향 교수 출신들이 자유롭게 던지되, 정책집행은 관료출신인 경제부총리에 책임을 맡겨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취지다.

경제현안간담회를 폐쇄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대국민 경제메시지를 던지는 소통채널로 역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서별관회의는 대통령이나 청와대 지시를 경제팀들이 일괄 지시받는 자리로 전락해왔다.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간담회를 수시로 열겠다는 뜻이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브리핑도 하고 필요하면 정책메시지 채널로 사용할 것이란 취지다. 실제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핵심기조는 일자리창출이며, 대기업의 부당거래 등 불법관행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정부는 주요 경제현안이 있을 때마다 관계부처와 기관이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하는 간담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회의체 이름을 다소 가벼워 보이는 '간담회'로 격하(?)시킨 것도 이런 의도에서다.

앞으로 경제부처 장관 임명이 완료되면 이 회의체가 확대개편돼 서별관회의를 대체할 전망이다. 김 부총리도 이날 간담회에 앞서 "앞으로 내각 구성이 되면 경제팀의 장관님들을 모시고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의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 군사정부에서는 경제정책에서 일관성과 신속성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국민 신뢰와 사회적 공감대 확보가 가장 중요한 시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력 고준위 폐기물장이 전 세계에 단 2곳이 있는데,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정부 신뢰도가 높은 선진복지국가인 핀란드와 스웨덴"이라면서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정책성공 여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성홍식 이명환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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