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실리외교, 미-사우디 역린 건드려

2017-06-27 10:21:55 게재

▶"미국의 동맹 카타르는 왜 '테러지원 악마가 됐나" 에서 이어짐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분쟁 상황을 빠르게 안정시킨 데다 러시아-이란-중국의 우호 관계가 단단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 카타르는 이란과 접촉해 '사우스파-노스돔 가스유전'을 공동 개발하는 타협안을 논의했다. 카타르는 노스돔 유전개발에 대한 기존의 일시중단명령을 해제한 뒤, 이란과 공동으로 유전 개발안을 도출했다. 양국은 이란에서 지중해 또는 터키에 이르는 가스관을 통해 카타르 가스를 유럽에 내다파는 데 합의했다. 대신 카타르는 시리아 내전을 선동한 반군 테러세력에 대한 기존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황폐화된 시리아를 소국으로 분할해 이 지역을 거치는 천연가스를 통제하겠다는 '트럼프-사우디'의 계획에 심각한 타격을 안기는 내용이었다. 미국과 사우디,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카타르가 이란-러시아 쪽으로 넘어가는 건 지정학적 재앙과 다름 없는 일이다. 3국의 '반 신성동맹'이 힘을 합쳐 이란과 카타르를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국체가 근원적으로 다른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경제협력과 국교수립 가능성까지 타진할 정도로 3국이 느끼는 사안의 긴급성이 컸다 (내일신문 2017년 6월 23일 12면 '사우디-이스라엘 사상 첫 경제협력 모색' 참고).

카타르는 중동 전체를 아울러 최대의 미군기지가 위치한 곳이다. 그럼에도 미국 주도의 반 신성동맹은 "카타르가 테러 지원의 악의 축"이라고 비난했다. '미친 개'라는 별칭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이란은 테러리즘의 최대 후원국"이며 "카타르는 하마스와 알카에다, IS의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나라"라고 비난했다. 물론 카타르의 테러 지원은 사실이었다. 과거 미국의 지원을 받는 '카타르~터키 가스관' 사업을 앞장서 추진할 때 카타르는 미국의 '큰 그림'에 고분고분한 나라였다. 하지만 현재 카타르는 그때와는 다른 목표를 세워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사실 세계 최대 테러지원국은 사우디다. 최근 수년 동안 알려진 것만 1000억달러 이상을 들여 지하드(성전)를 외치는 테러리스트 광신도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유고슬라비아 코소보와 이란, 심지어 러시아에 이르는 지역의 테러까지 사우디의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미국은 '입속에 혀처럼' 구는 사우디의 테러지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않고 있다.

한편 미국과 사우디가 주도하는 '카타르 벌주기'의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대 카타르 봉쇄를 깨기 위해 긴급 식량지원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카타르 외무장관을 모스크바로 불러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은 이란항 인근에서 이란-중국 공동군사훈련을 준비중이다. 지정학적 중요성이 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 등 전 세계로 수출되는 해상 석유운송의 35% 이상이 오만과 이란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해협을 지난다. 게다가 이란은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회원 후보다. 중국 일대일로사업에 초청된 전략적 참가국이기도 하다.

카타르도 중국과 소원한 관계가 아니다. 카타르는 2015년 중동지역 최초로 위안화결제소를 설치한 나라다. 현재 위안화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 통화바스켓 구성통화다. 카타르 기업들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즉 천연가스를 중국에 수출하면서 위안화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은행간금융데이터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위안화 SDR 편입 이전인 2014~2015년, 카타르가 중국·홍콩 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한 비중은 29%에서 60%로 폭증했다. 달러패권을 중시하는 미국으로선 더욱 좌시할 수 없는 측면이다.

달러는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도록 만드는 마법의 돈이며, 미 연방정부와 공공기관이 19조달러의 막대한 빚을 져도 별탈 없게 만드는 기적의 돈이다. 하지만 이란은 이미 석유결제에 달러를 쓰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한다. 국제무역에서 달러의 결제비중이 계속 낮아진다면, 이는 미국의 글로벌 수퍼파워가 황혼을 맞이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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