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맹 카타르는 왜 '테러지원 악마'가 됐나

2017-06-26 11:50:40 게재

미 전략경제학자 엥달

최근 미국 의회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경제제재를 의결한 동시에 이란에 대한 또 다른 제재를 추진하고 나섰다. 중동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카타르에 대한 이례적인 전방위 봉쇄에 돌입했다. 중동 최대 미군기지를 카타르에 두고 있는 동맹 미국은 "카타르가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사우디의 편을 들어줬다. 이 사건들을 잇는 숨겨진 배경이 있을까. 미국의 저명한 전략경제학자인 윌리엄 엥달은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과 사우디의 제재는 '테러와의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모든 일은 세계 제일의 천연가스 유전을 통제하려는 시도, 전 세계 가스시장을 지배하려는 시도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엥달의 논평 전문.

20세기 초부터 전 세계는 석유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에너지전쟁을 벌여왔다. 이제 그 전쟁은 가스전으로 전환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송기술의 발전으로 천연가스도 석유처럼 전 세계 어디서든 거래되는 핫 아이템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와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를 방문했다. 테러리즘을 응징하는, 수니파 주도의 '아랍판 북대서양조약기구'(Arab NATO)를 결성하려는 목적에서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이란을 '세계 최대의 테러지원국'이라고 못박았다. 트럼프의 양국 방문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 가스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러, 천연가스관 사업 전쟁 주도

저탄소 천연가스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은 세계 최대 가스매장국인 러시아뿐 아니라 이란과 카타르를 동시 겨냥하고 있다. 2009년 3월 15일 카타르의 전 국왕 하마드 빈 할리파 알 사니와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가 만났다. 당시 지역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마드 국왕은 아사드 대통령에게 솔깃한 사업을 제안했다. 카타르의 페르시아만 천연가스 유전에서 시리아의 알레포를 거쳐 터키로 이어지는 천연가스관 사업을 합작해 광대한 EU가스시장을 개척하자는 내용이었다. 아사드 대통령은 거절했다. 오랫동안 친교를 맺어온 러시아를 배신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카타르의 천연가스를 유럽 시장에 내놓으면 러시아로선 커다란 타격이 된다.

페르시아만 가스유전은 카타르에서는 '노스돔'(North Dome)이라 부르고 이란에서는 '사우스파'(South Pars)라 부른다. 카타르와 이란의 영토에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가스매장 유전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 7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와 이라크, 이란 정부가 카타르 제안과는 다른 내용의 가스관 사업에 합의했다. '우정의 가스관사업'(Friendship Pipeline)이라 불린 이 사업내용에 따르면 이란 사우스파 가스를 EU시장에 내다팔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쳐 지중해로 잇는 1500㎞ 길이의 가스수송관 건설사업을 벌인다는 것이다(내일신문 2016년 11월 2일 12면 '송유관이 뭐길래 … 68년째 이어지는 시리아의 대리전' 참고). 현재 이 수송관 사업은 보류돼 있다. 그해부터 NATO와 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걸프국가들이 시리아의 정권교체에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양한 위장술책으로 테러단체를 조직해 아사드 정권의 전복을 꾀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를 동원했다. 나토와 걸프국가들의 입장에서 이란-이라크-시리아 가스수송관 사업은 유라시아 에너지에 대한 지정학적 균형을 바꾸고 이란의 정치적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시키는 위협이었다.

이들이 은밀하게 지원하는 IS는 결국 2014년 시리아 알레포를 점령했다. 카타르에서 터키에 이르는 수송관이 거쳐가는 핵심지역이다. 알레포 점령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이 지원하는 카타르-시리아-터키-EU 가스관 사업(그래픽 파란선)은 알레포 지역을 지나고, 이란-이라크-시리아-EU 가스관 사업(빨간선)은 레바논을 지난다.

2011년 카타르는 30억달러를 들여 각종 테러단체를 지원하며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려 했다. 이때 카타르는 사우디와 다른 수니파 아랍국가들 그리고 터키의 압도적 지원을 받았다. 당시 터키는 이란-이라크-시리아 가스관이 성사될 경우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천연가스 허브가 되려는 자국의 지정학적 야심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과 시리아가 '우정의 가스관사업' 합의를 한 다음달인 2011년 8월 미국은 UN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전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특수군과 중앙정보국(CIA)은 시리아 정부에 반대하는 수니파 국가 출신 테러리스트를 은밀히 모집했다. 이들을 터키와 요르단의 나토 기지로 규합했다. 아사드 정권을 축출한 뒤 사우디가 조종할 수 있는 괴뢰정부를 세워, 미국이 지원하고 카타르가 주도하는 가스관 사업을 관철하려는 목적에서다.

미몽에서 깨어난 카타르

최근 트럼프 정부와 사우디 살만 왕자는 이란을 '테러리즘 후원의 수괴'라고 악마화하는 한편 카타르를 '테러리즘 지지자'라고 극렬 비난했다. 이란은 그렇다쳐도 카타르는 왜 미국과 사우디의 눈밖에 났을까.

현 카타르 국왕인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는 하마드 전 국왕의 아들이다. 실용적인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시리아 알레포를 거쳐 터키로 뻗는 가스관을 통해 EU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자국의 오랜 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카타르 실리외교, 미-사우디 역린 건드려" 로 이어짐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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