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식·부동산 시장 과열징후 '뚜렷'

2017-07-05 11:11:53 게재
전문가들의 잇단 거품붕괴 경고와 별개로 통계상으로도 미국 자산시장의 과열징후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는 69개월 연속 상승세며 주거비상승률은 62개월째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미 주식·부동산 시장 모두 큰 조정없이 오랜기간 오르만 했다는 얘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금리인상과 함께 유동성긴축에 나선 것도 과열된 자산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코스피가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서울 아파트값이 3.3㎡(평)당 2000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섰을 정도로 부동산값 상승세가 심상찮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곧 돈줄죄기같은 유동성긴축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관측됐다.

4일 블룸버그와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증시가 2017년 6월말까지 69개월 동안 월말 주가를 기준으로 고점대비 10% 이상 조정을 받지 않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조정 없는 상승세'는 지난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움(지불유예)에 직면하기 전인 1990년대에 93개월로 가장 길었다. 이어 70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한 뒤 1929년 대공항과 함께 막을 내린 1920년대 장기호황 때가 두번째로 길었다. 최근의 조정 없이 긴 상승세는 미 증시 역사상 세번째로 긴 시긴인 셈이다. 또 1980년대 장기 호황 때도 1987년 블랙먼데이로 끝났을 때까지 미 증시는 61개월간 상승세를 유지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면, 그것도 과거와 비교해 너무 오랫동안 오르기만 했다면 시장이 과열 상태이며 곧 조정이 올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올 6월까지 62개월 연속 주거비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통계가 작성된 1953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1987년 블랙먼데이 때도 49개월, 2차 오일쇼크로 인한 물가 급등시기에도 주거비가 소비자물가를 앞지르는 상승률을 보인 건 45개월을 넘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은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근거는 없지만 시장이 너무 과열된 상태라면 정책당국이 나서 시장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과열이란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사람들이 투기적인 행동을 하도록 조장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 연준은 양적완화를 하면서 사 모았던 채권을 팔아 유동성을 긴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준은 2004~2006년과 2015년 이후 기준 금리를 올려도 시중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아 결국 과열된 자산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실패한 점을 고려 유동성긴축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정이 비슷한 중국 중앙은행도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방침에 따라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은행간 자금시장에서 유동성을 압박해 부동산시장 진정에 나섰고 양적완화정책을 썼던 유럽 중앙은행과 잉글랜드은행, 일본은행도 조만간 양적완화 정책을 되돌리는 유동성긴축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중국과 비슷한 방식의 유동성긴축 카드를 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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