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수사·기소 분리는 안돼"

2017-07-24 11:03:10 게재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핵심공약 '반대입장'으로 파문

공수처 설치도 '미온적' … 노무현정부 '실패' 반복되나

문재인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후보자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핵심 공약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기 앞서 문 후보자로부터 서면질의 답변서를 받았다. 문 후보자는 답변서를 통해 검찰 개혁의 시급한 3가지 과제를 묻는 질문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확보 △인권을 존중하는 수사 관행 정착 △검찰 의사 결정과정 합리화라고 답했다.

문무일 후보자 출근│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그런데 현재 정치권과 법조계의 최대 관심사는 문 후보자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입장이다. 문 후보자는 검찰에 기소권만 부여하자는 견해에 대한 답변에서 "판사가 재판을 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없듯이,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고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OECD 국가 등 검찰제도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찰이 기소기능과 함께 수사기능도 보유하고 있다"며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수사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부여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는 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수사권 조정은 기관 간 권한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로부터 국민과 국가공동체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문제"라며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인권을 철저히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던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노무현정부 때 검찰개혁의 실패원인으로 송광수 총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이라고 한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인회 인하대 교수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에서 천 전 장관은 "송광수 검사를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은 최대의 실수지요. 검찰개혁에 가장 저항하는 중심 인물을 검찰총장에 앉혔잖아요? 인사의 최대 실패작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과제중 '검·경 수사권 조정'이 최대 난제가 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려면 검찰 내부의 불만을 다독이면서 협의를 해나가야 하는 만큼 검찰총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자는 검찰개혁 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 후보자는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기본권 제한이 가능한 공수처가 입법·행정·사법에 속하지 않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있다"며 "효율적인 부패척결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수처가 신설되면 표적수사와 수사권 오남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며 "(이로 인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거나 수사기관간의 과도한 경쟁우려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문재인정부 개혁 과제중 하나인 법무부 탈검찰화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다만 외부전문가 채용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사의 법무부와 외부 파견에 대해서는 파견의 적정 규모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법무부의 탈검찰화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함께 법무행정의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법무부에 검사 보임을 축소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외부전문가 채용시 공정하고 중립적인 공직관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사의 파견 제한에 대해서는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제한에 대해 공감하나 법무부 등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검사의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할 가치도 신중히 검토해 파견의 적정 규모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문 후보자의 정책과 함께 여야는 문 후보자가 수사한 주요 특수사건에 대해서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과거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BBK 사건'을 수사해 김경준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고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또 2015년 4월에는 성완종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당시 홍 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자유한국당 홍 대표와 수사로 인연이 얽혀 있어 제1야당인 한국당 의원의 집중적인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문 후보자는 BBK 사건에 대해 "2008년 당시 수사팀은 불편부당·엄정중립의 자세로 철저히 수사했고 2011년에도 재수사가 있었으나 동일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성완종리스트 사건에 대해선 "당시 특별수사팀은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일체의 정치적 고려없이 철저히 수사해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청문회에서는 문 후보자가 과거 수사했던 주요 특수사건에 대한 공방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문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갖고 빠르면 이날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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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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