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나선형 이론(여론조사에서 소수는 침묵한다는 이론)' 작동하나

2017-08-17 11:09:31 게재

일각 "여권 지지에 거품"

야 지지층 '침묵' 추정도

독일의 커뮤니케이션학자 노엘레-노이만은 1974년 '침묵의 나선형 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를 주장했다. 특정인에 대한 지지나 특정주제에 대한 찬반을 물을 때 자신의 입장이 다수 의견과 동일하면 적극 표현하지만, 소수 의견일 경우 침묵한다는 이론이다. 자신이 소수 의견인 것이 드러나면 자칫 불이익을 받거나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100일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일부 전문가들이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6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패널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자체 여론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여야의 극심한 지지도 격차가 패널조사기법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고 지적한다. 패널조사기법 때문이 아니라 '침묵의 나선형 이론'에 따라 여권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답하고, 야권 지지층이 소극적으로 반응하면서 여론조사 수치가 실제 민심과 다소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17일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83.9%라고 발표했다. 중앙일보는 "다만 야권을 중심으로 최근 여론조사를 두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적극 응답한 결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이들이 53.5%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1.4%였다. 이는 투표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로 유권자 전체(미투표자 포함)를 대상으로 하면 31.6%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여권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한 정황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이 의뢰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78.6%에 달했다. 이 조사 응답자에게 대선투표 후보를 묻자 문재인(50.7%) 홍준표(12.6%) 안철수(12.3%) 순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 지지자는 적극 응답한 반면 홍준표·안철수 지지자는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여론조사방식에서도 '침묵의 나선형 이론' 가능성이 엿보인다. 전화면접방식과 ARS(자동응답방식) 사이에 지지율 차이가 나타나는 것. 조사실시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답을 받는 전화면접방식에서는 소수의견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이 직접 번호를 누르는 비밀투표방식인 ARS에서는 비교적 소수의견이 잘 드러난다는 추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17일 "ARS방식을 주로 적용한 조사에서 전화면접조사에 비해 문 대통령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한국당 지지도는 높게 나오는 현상이 발견된다"며 "비밀이 보장되는 ARS방식 때문에 통상 침묵하는 소수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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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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