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 수장 모인 '잭슨홀 미팅', 올해 화두는?

2017-08-25 10:27:07 게재

통화긴축·자산 축소·버블 등 논의

회의 결과로 세계증시 방향 가늠

과거 완화땐 3% ↑긴축땐 2% ↓

9월 FOMC전까진 '약세장' 무게

미국 와이오밍주의 산악리조트에 자리한 잭슨홀에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 얘기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주최하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엔 세계 중앙은행 수장들과 경제석학들이 다 모인다. 세계경제 현안은 물론 각국 통화정책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자리다. 세계증시 방향까지 가늠할 수 있다.

잭슨홀 미팅의 올해 공식주제는 '글로벌 경제의 역동성 강화'. 하지만 투자자들 관심은 3년 만에 동반 참석한 옐런 미국 연준 의장과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에 더 쏠린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진행된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양적완화가 마무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2015년 금리인상을 시작했고 이젠 첫 자산축소를 앞두고 있다. 유럽중앙은행도 양적완화 종료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올 잭슨홀 미팅에서도 통화긴축과 관련된 결정적 힌트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10년과 2014년 열린 잭슨홀 미팅에선 미 연준의 2차 양적완화와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시그널을 읽을 수 있었다.

당시 버냉키 미 연준 의장과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잭슨홀 미팅을 활용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확인할 내용은 ECB의 양적완화 종료 여부, 9월 미 연준 의 자산축소 관련 발언, 자산시장 버블관련 언급 유무"라며 "잭슨홀 미팅 이후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드라기 총재의 입. 그는 지난 6월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로화 급등과 유로존 주가급락이 뒤따랐다. 작은 긴축발작이었다. 드라기 총재는 이번 미팅에선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로화는 8월들어 달러대비 0.4% 절하되며 강세 압력이 둔화됐다.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었다. 이번 미팅에서 실제로 긴축관련 발언이 없을 경우 유로화는 약세 압력을 받아 달러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 관측이다. 세계증시엔 부담스런 대목이다.

옐런 의장이 자산축소 관련 발언을 할지 말지부터 관심이다. 미국은 실업률 하락에도 임금상승률과 물가가 부진하면서 추가 금리인상 기대가 줄었다. 연내 추가금리 인상 확률은 30%대 초반에 그칠 정도다. 따라서 연준의 자산축소 결정여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월 미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서 9월 자산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옐런 의장이 따로 발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국내 증권가 분석이다.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경고한 미 국채버블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중 하나다.

미 연준이 자산을 축소할 경우 현 금리 수준 유지가 어렵다는 게 국채버블 논란의 핵심이다. 자산축소 땐 가파른 시중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결국 금융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다. 옐런 의장의 이번 미팅 기조연설 주제가 '금융안정'인 만큼 국채 등 자산시장 버블 언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은 물론 주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잭슨홀 미팅은 실제 2010년 이후 전세계 증시에 적잖은 영향을 끼쳐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과 유럽이 통화완화 정책을 실시했던 시기 잭슨홀 미팅에서도 긴축보다 완화쪽 논의가 있었다. 이 시기 세계증시는 잭슨홀 미팅후 3% 넘게 상승했다. 2015~2016년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던 시기엔 잭슨홀 미팅 주제도 중앙은행 통화정책이었다. 긴축논의가 있었고 미팅 후 세계증시는 2%가까이 하락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주요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화하는 시기"라며 "잭슨홀 미팅후 증시의 약세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2016년과 비교했을 때 통화정책 관련 경계감이 선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노 연구원은 "9월 FOMC까지 추가 상승세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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