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수호갤러리 이지수 관장 인터뷰

내 삶의 키워드는 나눔과 봉사, 그리고 예술

2017-09-12 18:11:22 게재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정자동의 한 갤러리에서는 용인 ‘요한의 집’ 중증 뇌병변 장애인들의 특별한 문화 나들이가 이루어진다.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상상의 나래와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것. 그들의 문화 나들이를 지속적으로 주최해 온 분당 수호갤러리의 이지수 관장을 만나보았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들의 미술놀이 치료사
갤러리를 방문했을 때 한창규 작가의 공간드로잉 전이 개최되고 있었다. 2차원의 평면 드로잉을 스테인리스를 사용하여 3차원의 입체 조각으로 탄생시킨 작품들이 눈에 띈다. ‘요한의 집’ 친구들은 작품들을 만져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한 작품 한 작품을 관람했다. 그 후  끝이 뭉툭해서 위험하지 않은 철사로 한창규 작가, 이지수 관장과 함께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전시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트를 만들어 손목에 걸기도 하고, 꽃 브로치를 만들어 함께 온 봉사자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화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기도 하면서 한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이동이 가능한 중증 뇌병변 장애인들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여건상 5명 내외에서 외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요한의 집’ 담당 성직자, 생활재활교사, 분당 요한성당의 봉사자들, 수호갤러리 관계자들까지 10명이 훌쩍 넘는 손길이 매번 필요하지만,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달 중 이 날의 행사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을 통한 나눔과 봉사의 삶
‘요한의 집’의 박수진 생활재활교사는 “수호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 관람과 미술놀이 및 심리치료는 이용자들이 고대하는 외출”이라면서 “이 관장님께서 많이 배려해 주셔서 매번 다양한 경험을 이용인 뿐 아니라 봉사자 및 ‘요한의 집’의 여러 식구들이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진심을 담은 감사를 전했다.
수호갤러리의 이지수 관장은 2002년 사랑, 나눔, 실천을 목적으로 ‘사랑나눔회’를 결성하고 중증 뇌병변 장애인들의 거주시설인 ‘요한의 집’에서 목욕, 청소, 식사 봉사를 해왔으며 ‘요한의 집’ 봉사 중 세실리아 수녀의 권유로 2005년부터는 ‘다솜의 집’에서 미술심리치료 봉사를 해왔다. 2009년부터는 한 달에 한 번, 본인의 자비를 들여 ‘요한의 집’ 장애인들을 직접 갤러리로 초대해 전시 관람을 하고 미술놀이치료를 진행해 왔다. 이 관장은 “나눔과 봉사가 나의 삶을 지탱하는 큰 두 개의 축”이라며 “예술은 그 두 개의 축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매개체이고 수단이자 목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매년 역량 있는 신인 작가 발굴에 앞장
이 관장은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조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했다. 미술애호가였던 조부가 이름 없는 작가를 후원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던 영향으로 갤러리 오픈 이후 매년 수호공모전과 수호사랑나눔전을 통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해 왔다. 이름 없는 작가들에게 전시기회를 주고, 국내외에서 한국 예술의 위상을 알리는데 마치 어머니의 마음으로 물심양면 돕고자 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였다.
작년에는 분당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해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와 저변확대를 위해서도 앞장서오며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개인 갤러리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이 관장은 “지난 10년은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역량 있는 작가들, 특별히 ‘작가의 생각과 철학을 어떻게 본인만의 예술적 방법으로 풀어내는가’에 중점을 두고 발굴코자 했다”면서 “학연과 지연 등을 탈피하고 비전공자에게도 예술가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다양성의 시대에 수호갤러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말했다.

다양한 계층의 지역민들과의 문화 향유를 위해
지난 10년을 ‘씨 뿌린 세월’이라고 비유한 이 관장은 “그동안 100여 개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크게는 국가적으로, 작게는 지역적으로 크고 작은 예술 축제, 비엔날레 등이 우리에게도 다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면서 “작년에 분당과 판교 10여 곳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최한 분당아트페스티벌도 그러한 배경에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이 모든 예술에는 담겨있다”면서 “수호갤러리는 그것을 신인 작가, 소외 계층과 문화적 혜택을 덜 받는 모든 지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갤러리 인턴십, 지역민들의 문화 아카데미 등도 기획 중이다.
수호갤러리는 예술 문화를 통해 복지, 환경, 교육 활동을 좀 더 조직적,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최근 비영리사단법인 ‘수호나눔’을 설립했다. 영리에 목적을 두지 않고, 지역이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제공하는데 앞으로의 10년을 보내겠다는 이 관장의 적극적 의지이기도 하다. 예술로 나눔과 봉사를 평생의 소명으로 가슴에 품고 걸어가는 그녀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문하영 리포터 asra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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