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전용 항공권, 일반표보다 2~3배 비싸

2017-10-20 10:59:13 게재

111만원짜리 뉴욕행 항공 티켓, 302만원에 구입

80년대부터 국적기 지원 … 1년에 2만회가량 이용

이용호 의원 "세금 낭비, 개인이라면 그리 하겠나"

공무원들이 해외에 갈 때에 가격이 2~3배 비싼데도 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타는 이유는 뭘까.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TR, Government Transportation Request) 때문이다. GTR티켓은 1980년에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외출장때 국적기를 이용하게 한 총리 훈령으로 만들어진 공무원 전용 티켓이다.

국적기라는 명분을 붙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일감밀어주기를 30여년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달콤한 혜택 때문이다. 공무원전용티켓은 가격이 일정해 예산 편성이나 집행이 예측 가능하고 취소나 일정 변경 때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등 환불과 일정 변경이 자유롭다. 마일리지가 100% 적립되는데다 좌석 승급 혜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예매, 취소, 환불이 쉬워졌고 수수료도 비싸지 않아 일반 항공권에 비해 2~3배 비싼 전용티켓을 이용하는 것을 두고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용호(국민의당·전북 남원임실순창·사진)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수기 이코노미석 기준(대한항공)으로 인천-미국 뉴욕간 왕복 항공권이 일반권인 경우엔 111만1200원이지만 공무원들은 2.7배 비싼 302만600원에 구매했다. 공무원은 87만1200원짜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왕복권 티켓을 232만7250원에 샀다. 105만7200원짜리 영국 런던행 티켓을 229만9800원에 구입하는가 하면 중국 베이징행은 32만3900원짜리인데도 53만3100만원을 지급했다.

공무원전용항공권 가격은 성수기때와 비교해도 1.5배 비쌌다. 미국 뉴욕행 성수기 왕복권은 202만6200원이다. 베이징행은 47만3900원이었다. 성수기는 7월25일~8월3일, 비수기는 이달 17~26일을 기준으로 했다.

비즈니스석 역시 뉴욕까지 오가는 데 비수기엔 430만1200원, 성수기엔 450만1200원이지만 공무원들은 전용티켓을 활용해 732만2400원을 주고 이용했다. 런던 왕복권 역시 비수기와 성수기에 각각 332만1300원, 382만1300원 정도지만 공무원 전용티켓 가격은 617만7600원에 달했다.

공무원 전용항공권은 매년 2만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엔 3만2579명이 해외로 나갔으며 이중 50.8%인 1만6557명이 이 전용티켓을 활용했다. 2015년과 2016년엔 3만8246명 중 49.7%인 1만9024명과 4만5121명 중 45.4%인 4만5121명이 공무원전용티켓 고객이었다. 올해는 상반기 이용자의 43.9%인 7642명이 이 티켓을 들고 국적기에 올랐다. 인사혁신처는 "GTR제도는 갑작스러운 일정변경이나 취소, 이에 따른 수수료 부담으로 항공권 요금이 더 비싸질 수 있는 것에 대비한 일종의 대비책이자 보험"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대부분 수개월전부터 출장일정을 짜고 업무 조율해 놓기 때문에 취소가 드물고 과거와 달리 요즘은 예매, 일정 변경, 환불이 용이한데다 일반항공권에 10~20만원만 더 지불한다면 취소변경이 가능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년이 넘는 GTR제도를 아직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 사비를 들여 외국을 갈 경우에도 이렇게 비싼 항공료를 지불할 것이냐"고 따졌다. "세금 낭비인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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