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중소기업, 회생발판 마련한다

2017-11-03 11:15:46 게재

신용위험평가 C등급 금융권·중기부 지원

기업살생부, 역할변화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중소기업들이 재기할 수 있게 돕는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된다.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토대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내달 초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이들 기업들에 대한 지원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나서기로 했다.

중기부는 경영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의 재기를 돕는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그동안 지원대상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매년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신용위험평가를 벌여 A~D등급(C등급 워크아웃, D등급 회생절차)으로 분류하지만 해당 자료가 중기부의 중소기업 재기지원사업에 활용되지 못했다.

3일 금감원은 중기부와 중소기업지흥공단(중진공), 은행연합회와 '경영위기 중소기업의 재기 및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최응식 금감원장은 "금감원이 채권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선제적 지원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관계기관이 유기적 협업체계를 구축해 적기에 필요한 지원을 한다면 중소기업의 위기극복과 경영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와 중진공은 현재 경영위기 기업에 대해 '진로제시·구조개선·회생 컨설팅' 등과 함께 구조개선전용자금·사업전환자금 등의 자금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개선전용자금은 업체당 최대 10억원, 사업전환자금은 업체당 최대 70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 금융권 신용위험평가와 '중기부 지원' 매칭 = 하지만 중기부·중진공의 정책자금은 기업이 신청을 하면 심사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여서 이같은 제도를 모르는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배제됐다. 또한 신청 기업들만 지원대상이 되고, 기업의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중기부에서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금지원이 원활하지 않았다.

반면 채권은행들은 대출을 해준 중소기업과 대부분 오랫동안 거래를 해서 상황을 잘 알고 매년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선별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은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꺼리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기부와 채권은행의 연결은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안"이라며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기관이 윈윈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감원이 매년 발표하는 신용위험평가결과는 기업들에게는 살생부로 통했다. A·B등급은 정상기업을 분류되지만 C·D등급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거나 청산절차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C등급을 받는 기업들은 워크아웃 등의 절차가 진행되지만 은행들이 신규자금 지원을 꺼리고 기존 대출금에 대한 만기연장 등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회생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당국도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데 그치고 후속 조치는 채권은행과 기업이 알아서 진행해왔다. 하지만 중기부의 정책자금이 C등급 기업에 지원될 수 있어 신용위험평가결과의 실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중기부에서 지원하는 기업보다 재무상태가 괜찮은 C등급 기업들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협업관계를 유지해서 중소기업들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금감원·은행권이 '적합 기업' 추천 = 금감원이 12월초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결과를 발표하면 중기부의 재기지원 사업별로 기업의 상황과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해 적합한 기업을 추천할 예정이다.

신용위험평가에서 A·B등급(정상기업)을 받았다고 해도 경영진단이 필요한 기업은 중기부의 진로제시 컨설팅 대상이 될수 있다.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 전문가(회계사 등)를 통한 기술경쟁력 분석과 재무분석 등의 컨설팅을 위한 비용(240만원)이 지원된다. 구조개선을 위한 경영진단과 개선방안 수립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구조개선컨설팅을 위한 비용(업체당 최대 4000만원)이 지원된다. 구조조정 대상인 C·D등급 기업 중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아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회생절차 신청부터 인가까지 전문가 자문과 절차 대행 등을 위한 비용(업체당 최대 3000만원)이 지원된다.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한 B·C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개선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저리로 대여(업체당 최대 10억원)해 주고 경영위기로 주력업종을 변경하거나 신사업을 추가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업 전환에 소요되는 자금을 저리로 대여(업체당 최대 70억원)해 주기로 했다.

채권은행이 추천서를 기업에 발급해주면 기업이 추천서를 포함해 재기지원사업 신청서류를 중진공에 제출하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조조정기업의 협력업체, 사드 사태 등으로 긴급 경영위기를 맞은 기업, 자구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을 우선 추천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