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유럽중앙은행), 미 연준보다 고비용·불투명"

2017-11-10 11:11:45 게재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 "직원·비용 2배 많아 … 유로시스템 분산구조 탓"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로존 19개 회원국 중앙은행들(NCBs)로 구성된 '유로시스템'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비해 고비용 저효율인 데다 정책 정보 투명성도 약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벨기에 소재 국제적 싱크탱크인 '브뤼셀'은 10일 "ECB와 유로시스템이 수행하는 물가안정 목표나 금리 등 정책결과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정책 투명성이나 운영상 효율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며 "규모나 역할 측면에서 비슷한 연준과 비교하면, ECB와 유로시스템의 정책 투명도가 낮고 조직구조도 고비용 저효율"이라고 지적했다.


브뤼겔은 지난 9월 25일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와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통화정책 협의에 따른 준비보고서에 기반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브뤼겔에 따르면 ECB는 유동성 관리(MRO, LTRO, TLTRO 등)와 관련해 정보를 상당 수준 제공하지만, 양적완화(QE)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하단 그래프). 반면 연준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상태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시행 2년이 지난 경우 완전한 정보를 공개한다.

유로시스템은 또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긴급유동성지원(ELA)에 대해서도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2년의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연준은 현재 계정뿐 아니라 과거 거래내역까지 모두 공개한다.

브뤼겔은 "유로시스템은 연준을 모범사례로 삼아 통화정책에 대한 공개도를 높여야 한다. 만약 민감한 정보가 담겼을 경우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공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ECB와 NCBs가 제공하는 정보의 상당 부분은 사용자 친화적이 아니다"라며 "이용자가 유로시스템이 제공하는 원자료를 기반으로 추가 분석을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은행의 효율성 분석은 보다 복잡하다. 재무보고서 등으로 매출과 비용을 비교할 수 있는 일반 기업과 달리, 중앙은행의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직접적 공식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뤼겔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한 운용비를 분석해 효율성을 따졌다.

ECB와 NCBs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시스템의 연간 총 운영비는 약 100억유로(약 13조원) 정도다. 이 중 ECB가 10억유로를 쓴다. 유로시스템에서 일하는 전체 임직원은 4만8000명을 넘는다. ECB는 3100명 정도다. 브뤼겔은 "연준과 비교하면 유로시스템의 운영비와 직원수는 약 2배 많다"고 지적했다.

유로시스템은 유로존 19개국 중앙은행과 ECB를 합한 것으로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연준은 12개 연방준비은행과 이사회, 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으로 구성된, 상대적으로 단출한 조직이다.

브뤼겔은 "구조상 차이를 고려하면 유로시스템의 비용과 직원수가 연준보다 많은 건 수긍이 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책 수행의 간결성도 비슷하다. 유로시스템은 유럽조약에 기초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역시 분산화된 방식으로 수행한다. 따라서 유로시스템 정책시행 방식은 본질적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책프로그램마다 책임 주체가 다르며, 일정한 패턴도 없다. ECB나 NCBs 모두 주체선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민간기업자산 매입프로그램'을 의미하는 CSPP의 경우 벨기에와 독일, 스페인,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6개국 중앙은행들(NCBs)이 각각 권역을 나눠 시행한다. '자산담보부 증권 매입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ABSPP는 핀란드가 빠지고 대신 네덜란드가 포함된 6개국 중앙은행들(벨기에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는 동일)이 권역을 나눠 시행한다.

공적자산 매입과 커버드본드(금융사가 국공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담보자산에 더해 발행사의 상환의무까지 부여된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경우 ECB와 19개 NCBs 모두 참여한다.

반면 연준은 훨씬 간결한 시행구조를 갖고 있다. 모든 통화정책은 FOMC에서 결정된다. 결정된 사항을 시행하는 주체는 뉴욕연방준비은행으로 단일화돼 있다.

브뤼겔은 "유로시스템이 연준보다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이는 연준과 달리 분산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대 6개 개별 중앙은행이 맡고 있는 일부 통화정책 프로그램을 더 간결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직원 수와 운영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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