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공기관도 '채용비리 백화점'

2017-11-22 10:41:15 게재

단체장·지방의원 측근 등 수두룩

행정안전부, 824곳 전수조사 착수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문제가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인천시 산하 기관들이나 서울의 자치구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척결을 위한 전수조사에 나선 이후 지자체 여기저기서 관련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회는 공직자들이 퇴임 후 취업심사도 없이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재취업하는 관행을 문제 삼았다. 김현삼 의원은 "경기도일자리재단의 간부 6명 중 4명이 퇴직공무원"이라며 "퇴직공무원 일자리 충원 재단"이라고 꼬집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면접시험에 합격한 응시자에 대해 규정에도 없는 '임용적격자 없음' 판단을 내려 탈락시키는 등 10여건의 부당채용 사례가 경기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경기도 시·군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의혹도 곳곳에서 불거졌다. 의왕시의 경우 시장의 처조카 등 친인척 3명이 의왕도시공사에 채용돼 현재 2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본지는 김성제 의왕시장에게 사실여부, 채용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인 상태다. 인근 안양시에서도 시장의 처조카가 안양문화재단에 채용됐으나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당사자가 취업을 포기했고, 부천시 시설관리공단에는 전직 시의회 의장의 아들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다가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 파주시·가평군 시설관리공단도 각각 채용비리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인천에서는 인천교통공사가 2015년 기능직 16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면서 채용인원을 18명으로 부풀린 뒤 당시 인천교통공사 사장 조카와 인천시설관리공단 기획조정실장 자녀를 채용한 사실이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인천 연수구는 무기계약직 채용 비리 논란이 일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한구 인천시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바로잡기보다는 감추고 덮으려 한다"며 시 집행부를 질타했다.

서울시 한 자치구 시설관리공단에는 전·현직 지방의원 자녀들이 무더기로 확인돼 논란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람만 5명이다. 이 자치구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 직원 10~20%는 전·현직 구의원 친인척이라고 봐도 된다"며 "대부분 시설관리공단에서 이 같은 일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에서도 도시철도공사 무기계약직 채용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다. 경남에서는 테크노파크 원장이 재직시절 채용비리와 관련한 감사가 진행되자 최근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비리 양태도 여러 가지다. 채용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거나 과도한 자격제한을 설정해 특정인을 채용하는 사례가 가장 흔하다.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 점수를 조작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면접위원을 편파적으로 구성하거나 면접점수를 조작하는 사례도 여러 건 드러났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채용비리가 은밀하게 진행돼 밝혀내는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진상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제도상 미비점도 다수 발견돼 이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용 시 공고절차, 서류심사절차 면접심사절차 등 객관적이고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20일 기준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신고는 모두 169건이다. 이 가운데 승진·채용과 관련한 인사청탁 건이 65건, 서류·면접 조작이 40건이다. 승진·채용 시 부당지시도 61건이나 된다. 인사 관련 금품·향응수수도 3건 접수됐다. 신고건수는 국가공기업과 지방공기업을 모두 합친 것이다.

행안부는 지방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824곳에 대한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달말 지자체 자체조사에 이어 다음달 행안부 차원의 추가조사가 이뤄진다. 지자체별로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며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다.

김신일 곽태영 방국진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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