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한국 ODA(공적개발원조) '따뜻한' 북유럽 모델로"

2017-12-22 11:17:27 게재

"수원국 주인의식 존중"

이미경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사진) 신임 이사장은 21일 ODA(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무상지원 사업을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모델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선진국의 ODA는 외교안보와 국익에 따라 지원을 하는 미국, 유상차관으로 자국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적 원조를 주로 진행하는 일본, 인도주의와 평화 가치를 중요시하는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북유럽 등 세가지 유형이 있다"면서 "분단국가인 우리는 북유럽 모델을 지향하면서 세계인의 마음을 얻는 데 중점을 두는 따뜻하고 원칙에 맞는 ODA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덴마크의 경우, ODA 지원 때 원칙과 기준을 중시해 국제사회에서 위상도 커지고 국제기구에 자국인 진출이 많다"면서 "기준에 따라 ODA를 집행하지만 국익도 중시하고 있고, 이에 따라 경제적인 이득도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자국의 이익과 맞바꾸기식 지원보다는 지원 대상국의 주인의식을 존중하는 정책으로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서 경제적 기회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잡겠다는 의미다.

이 이사장은 "기존에 존재하는 ODA 철학이 있었지만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고, 새마을운동 녹색성장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기조가 바뀌었다"면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명시돼 있는 ODA의 원칙과 철학을 바로 세우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자'를 기본 기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과거 여성단체 활동 시절 외국 원조기관으로부터 ODA 원조를 받았던 경험을 소개했다. 이화여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독일 원조기관인 EZE의 지원으로 이화여대에 여성교과과정을 처음으로 개설할 때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EZE의 자금지원을 받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활동을 했는데, EZE는 불필요한 간섭이 전혀 없이 격려와 칭찬으로 기운을 북돋워줬다"면서 "원조를 받는 수원국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협력관계의 발판이란 점을 느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이사장은 "ODA는 시민사회, 학계, 민간 기업 등 협력관계가 다양하면서도 평화, 인권 등 지향하는 가치의 기준이 높다"면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는 마음으로 사회 각계 다양한 분야와 협력관계를 다져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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