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지구의 절반

대멸종 피하려면 지구 절반을 내줘라

2018-02-02 10:26:37 게재
에드워드 윌슨 지음 /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만9500원

미국 핵과학자회는 지난달 25일 "운명의 날 시계의 분침이 밤 11시 58분으로 자정 2분전을 가리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0초나 앞당겨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핵과학자회는 "재앙적인 지구온난화를 피하려면 장기적인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적시, 기후변화도 지구 멸망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이자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통섭을 주장해온 세계적인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은 더 담대한 주장을 펼친다. "지구의 절반을 인간 이외의 다른 생물에 양보해야 멸망을 피할 수 있다"고.

이번에 출간된 윌슨의 '지구의 절반'은 인류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로 갈 것인가를 다루는 '인류세 3부작'의 마지막 저작이다.

'지구의 정복자'에서 저자는 고도의 사회조직이 왜 동물계에 나타났는지, 인류에게 그 현상이 나타나기까지의 일을 정리했고, '인간존재의 의미'에서는 인류가 자신이 살았던 지구의 옛 환경에서는 놀랍게 잘 적응했지만 자신이 조성한 지금의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면, '지구의 절반'에서는 지표면의 절반을 자연에 위임해야만 인간을 포함한 숱한 생명체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의 절반' 또한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문제'는 '여섯번째 대멸종'이라는 사건에 임박해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제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공룡시대를 끝내버린 유성의 충돌 등 앞서 벌어진 다섯 번의 대멸종과 달리 이번은 인간활동의 결과라는 것이다.

2부 '진짜 살아있는 세계'에서는 "진짜 야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인류세 지지자들의 허황된 주장과 달리 자연사학자들의 각종 연구를 통해 진짜 살아 숨쉬는 생명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3부 '해결책'에서 저자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막기 위한 단 하나의 안전한 대안은 생물다양성을 이루는 종들과의 공존이라고 말한다.

'지구의 절반'(Half-Earth)라는 개념에 대해 저자는 '그런 원대한 목표를 세워야 생명을 위해 역경을 무릅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평소 "이타성은 인간본성이며 이런 이타성이 인간개체 뿐 아니라 다른 종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해온 저자는 도덕규범의 개편을 이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니 희망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나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화석연료 재벌들의 후원을 받는 그는 "기후변화 자체가 날조"라고 주장한다. 트럼프처럼 노골적인 환경파괴론자 뿐 아니라 이른바 겉으로는 환경을 보호하자면서도 자연과 야생에 앞장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현실 세계에서 과연 윌슨의 주장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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