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빙속괴물' 김민석 평창서 일냈다

"내 이름 부르는 함성만 들렸다"

2018-02-14 09:36:12 게재

빙속 남자 1500m, 아시아인 최초 동메달 … 은메달에 0.07초 뒤져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또 한 명의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김민석은 13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1500m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1분44초01), 파트릭 루스트(네덜란드·1분44초86)에 이어 3위다. 1위와는 0.92초, 2위와는 불과 0.07초 차이다.

그동안 유럽과 미주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동계올림픽 빙속 남자 1500m에서 메달을 딴 것은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도 김민석이 처음이다.

이날 15조 인코스에 레이스를 펼친 김민석은 300m 구간을 중위권인 23.94초에 통과한 후 막판에 스퍼트를 올려 그때까지 경기를 마친 30명 가운데 3위에 올랐다. 그가 레이스를 마친 뒤 6명의 선수가 남아 있었다. 특히 올 시즌 월드컵 랭킹 2위 쿤 페르베이(네덜란드)와 조이 맨티아(미국) 등 1500m 강자들이 대기하고 있어 메달 획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김민석의 기록에 못 미쳤다.

김민석은 여섯 살 때 집 근처 안양빙상장에서 처음 스케이트를 탔다. 초등학교 1학년 쇼트트랙 선수로 빙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3학년부터는 스피드스케이팅도 병행했다. 중학교 1학년까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을 모두 탔던 그는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에 집중했다. 2014년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태극마크를 단 김민석은 단숨에 남자 1500m 1인자가 됐다.

그는 삿포로 아시안게임 2관왕을 차지하고 지난해 2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선수권대회 1500m에서 1분46초5의 기록으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출전한 지난달 전국 동계체육대회에서도 1500m를 비롯해 4관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1500m 랭킹 10위권이어서 매스스타트 강자인 이승훈, 김보름 등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민석은 이날 저녁 시상식을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달 획득 소감을 묻는 말에 "정말 믿기지 않는 결과다. 국민들 응원에 힘입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대로 300m까지 속도를 올리고 700m 이후에는 버티는 전략을 펼쳤다"면서 "(금메달을 딴) 키얼트 선수는 워낙 잘 타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을 견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700m 구간을 지나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내 이름을 부르는 함성밖에 안 들렸다. 그걸로 버텼다"며 자신이 역주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을 홈팬의 응원 덕으로 돌렸다. 3위 기록으로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 기분을 묻는 말에 그는 "솔직히 (은메달을 딴) 패트릭을 견제하려 했는데 그보다 기록이 안 좋아 살짝 실망했다"면서 "그런데 그 3등이 끝까지 유지돼 만족한다"고 했다.

김민석은 1500m의 매력을 묻는 말에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점.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더 나아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별명인) '빙상 괴물'에 한 발짝 더 내디딘 것 같다"며 "남은 팀추월 경기에서도 이승훈 선수 등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기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다. 기대는 안 했지만 큰 결과를 얻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슬럼프가 왔을 때 운동하는 게 힘들었다. 슬럼프는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서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는 보프 더 용 코치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민석은 "경기에 앞서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연습한 만큼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주셨다"라며 "팀 동료 선수라고 생각할 정도로 친밀감 있게 가르쳐주셨다. 더 용 코치도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그 경험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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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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