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화염과 분노/푸틴 권력의 논리

'문제적 남자' 트럼프와 푸틴

2018-03-16 10:06:40 게재
마이클 울프 지음 / 장경덕 옮김 / 은행나무 / 1만7000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그것도 사전 통보 하나 없이 '트윗'으로. 이런 식의 장관경질을 비판한 스티브 골드스타인 공공외교·공공정책 담당 차관도 바로 잘라버렸다.

#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에 대한 독살 시도 배후에 러시아정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를 꼽는다면 단연 트럼프와 푸틴이다. 트럼프는 '트윗 해임' 이외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전격 수용한 일로, 그리고 포르노 여배우와의 섹스스캔들로 뉴스의 중심에 섰다. 푸틴 또한 '독살 배후 혐의' 이외에도 18일 치러질 선거에서 4번째 대통령에 당선될 예정이어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적대적 공생' 관계인 이들은 지금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러시아 퍼스트'(러시아 우선주의)로 각을 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아주 친밀한 사이였다. 더구나 트럼프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푸틴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러시아 스캔들'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공교롭게도 두 정상의 일상과 리더십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트럼프 백악관 내부를 파헤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와 독일 언론인 후베르트 자이펠이 쓴 '푸틴 권력의 논리'가 그것이다.

후베르트 자이펠 지음 / 김세나 옮김 / 지식갤러리 / 1만5800원

'화염'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화염과 분노'는 트럼프와 관련된 출판물 중에서도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킨 책이다. 출판 1주일 만에 140만부가 매진됐고, 35개국에서 번역판권 계약을 끝낼 정도로 인기를 끈 것이다. '화염과 분노'의 이런 인기는 사실 백악관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일부 내용이 선공개되면서 주문이 폭주하자 백악관이 출간금지를 요구했고 이것이 오히려 불을 지핀 꼴이 됐다.

책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주요 내용들은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공개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뉴스로 떠올랐던 것은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관계자들의 만남은 반역적이자 비애국적"이라고 한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배넌의 발언이다. 최측근이었던 배넌의 이같은 증언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트럼프가 배넌을 향해 "제정신이 아니다"고 비난을 퍼붓고, 결국 베넌이 "트럼프 주니어는 애국자이며 훌륭한 사람"이라고 꼬리를 내렸지만 '화염과 분노'가 만든 불꽃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이 밖에도 힐러리 클린턴이 그래미 시상식에 낭독해 더 유명해진 '트럼프가 독살 공포 때문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좋아한다' 등의 시시콜콜한 백악관 일화들도 이 책을 통해 알려진 내용들이다.

물론 이 책이 트럼프의 뒷담화만을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저자 마이클 울프는 트럼프 행정부 전현직 관계자 200여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비서실장 켈리나 딸과 사위인 아방카와 제러드, 틸러슨 국무장관 등 트럼프 측근인물에 대해서도 객관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푸틴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

'푸틴 권력의 논리'는 독일 기자 후베르트 자이펠이 푸틴과 5년을 함께 하며 취재한 '부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가장 내밀한 이야기'이다. 서방 언론인 중 '유일하게 푸틴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의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솔직히 당혹스러운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푸틴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정면에서 깨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서방의 관점에서 푸틴은 '세계에서 가장 골칫거리 인물' 중 한명이다. 최근 영국의 이중간첩 독살 시도도 그렇지만, 선거조작, 반체제인사 탄압, 시리아 무기 지원, 주변국가에 대한 무력진압 등을 일으킨 '악의 화신'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서구의 이런 통념에 대해 반문을 던진다. 체첸 분쟁, 우크라이나 사태, 크림반도 사건 등 러시아를 둘러싼 모든 긴장과 신냉전의 시작은 서구의 오만한 선동질 때문인지, 아니면 푸틴이라는 독재자의 광기어린 아집 때문이지. 그리고 그는 '푸틴…'을 통해 서방의 일방적인 시각의 교정을 요구한다.

물론 푸틴은 '문제가 적지 않은 인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악마'라는 서방의 시각도 옳지는 않다. 다가올 대선에서 80% 득표를 목표로 할 정도로 러시아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푸틴을 지지한다는 것 또한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세계 평화를 위해 필요한 동서간 타협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두 문화에 대한 주권을 서로 인정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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