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연구원" 작은 연구로 서울 바꾼다

2018-05-15 10:23:32 게재

서울연구원 '더 나은 서울' 위해 시민소통 강화

시민-연구진 협업 '새로운 연구 생태계' 만들어

"공공정책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사례를 분석하고 있어요. 일반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그 이유도 따져볼 거구요."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박선아씨. 심리학 창업경영을 공부하는 두 친구와 함께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시민실천 10가지 약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해 '위험하다' '회피하고 싶다'고 인식하면서 정작 실천에 옮기지 않는 이유를 살피고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다. 그는 "공공정책을 시민들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알림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며 "완결성 있는 결과물까지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유의미한 시도는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연구원이 시민들 작은연구를 지원, 궁극적으로 서울을 바꾸는 효과를 얻고 있다. 양천구 목2동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모기동네트워크'는 주민 중심 공동주택 만들기 활동을 지원받았다. 사진 서울연구원 제공


연구비 지원하고 전문가 자문도 = 박은정씨 팀을 포함해 12개 모임이 올해 상반기동안 '더 나은 서울'을 고민하는 연구과제를 진행하거나 연구모임을 꾸려간다. 연구를 전담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학생부터 협동조합 마을기업 관계자 등 서울에서 일상을 사는 시민들이 짧은 기간 연구원으로 변신한다. 서울연구원이 2012년부터 지원하고 있는 '작은연구 좋은서울' 공모에 당선된 이들이다. 지난 3월 5~28일 공모에 연구과제 73건, 연구모임 27건이 접수됐고 두차례에 걸친 심사 끝에 연구과제 9개와 연구모임 3개가 선정됐다.

'작은연구'는 시민이 서울과 관련된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 연구원은 "시민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소통·협력하기 위한 대표 지원사업"이라며 "열린 연구경로를 통해 현장성 있고 창의적인 구상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에서 제시하는 주제에 맞춘 기획연구나 자유주제로 연구를 하는 경우 800만원, 정기적으로 토론회 세미나 등을 열면서 특정 주제를 논의하는 연구모임은 300만원을 지원받는다.

서울 발전에 관심 있는 시민들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있다. 그간 대학생 교수 현장활동가 전문가 등 다양한 시민이 참여, 연평균 연구과제 17건을 생산하고 14개 연구모임이 논의를 진척시켰다. 작은연구 선정결과나 연구보고서 역시 서울연구원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 도심 빈집 실태 리포트'를 진행한 홍다솜(연세대학교 4학년)씨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참여할 수 있는 연구공모가 적고 그나마 이공계 중심"이라며 "학자가 아니라도 학문적 소속처가 없더라도 참여할 수 있고 자율적으로 주제를 정해서 공모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이호욱(연세대 3학년)씨와 함께 서울시 연구논문공모전도 노리고 있다. 그는 "국내외 현장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대학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단순한 연구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서울연구원에서 일하는 각 분야 연구진이 시민들 연구나 연구모임을 지원한다. 착수발표회 중간심의회 결과발표회 등 공식 모임때 연구 방향 설정이나 보고서 작성 등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연구실 혹은 현장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자문을 한다. 지난해 여성 창업과정 연구 지원을 받았던 한 참여자는 "딱딱한 연구가 일반적인데 너무 학술적인 것이 아니라 시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요구했다"며 "연구진을 더 자주 찾아가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연구문화 바꾸는 시민연구 = "뚜렷한 결과물이 아니라도 고민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지원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술분야 기획자·연구자, 지원기관 직원 등 4명이 공동기획으로 글을 써봤으니 다른 공동기획도 가능할 것 같아요."

서울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서울 모습을 탐색한 연구모임 싱싱예술상회는 모임을 진행하면서 7개 기획기사를 연재, 웹진 '우주마가린'을 창간할 수 있었다. 남은정 '프로젝트 궁리' 기획자는 "처음에는 지원금 정산이나 착수·중간보고회 등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과정을 즐겼다"며 "진지한 아이디어를 내서 깊이 있는 작은연구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전문가에만 제한했던 다른 기관들 역시 시민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녹색환경지원센터연합회 울산발전연구원 서울시50+재단 등에서 작은연구를 비롯해 서울연구원의 시민소통을 배워갔다.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작은연구 좋은서울은 서울연구원이 시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연구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시민과 연구진이 협력해 연구를 완성하는 7년 경험이 축적돼 시민도 연구진도 더 성숙한 연구문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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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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