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년제'가 바꾼 교실수업

"토론수업하면서 우리가 마을 발전 방법 찾았어요"

2018-06-05 12:03:05 게재

충북 음성서 자유학년제 참관수업 … 외국인 노동자 이해돕는 마을지도 만들기도

"우리 마을에 '다문화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센터에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방과 노래방도 설치하면 좋겠구요."

"우리마을 공동체 시설은 이렇게 해주세요" 문예리조 아이들이 마을에 학생을 위한 시설을 주문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4일 충북 음성 삼성중학교 1학년 1반 학생들이 자유학년제 일환으로 마련된 '우리마을 행복공간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에 푹 빠져있다. "다문화센터 이름은 꽉 찼다는 의미의 '다올찬 다문화센터'로 정했습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세종시에서 전학 온 김상곤 학생입니다"라며 소개하고 삼별조 아이들과 함께 토론 수업을 했다.

이날 토론 수업은 사회과 Ⅰ. '내가 사는 세계- 지리정보와 공간적 의사 결정(주제)'를 '우리 마을 행복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로 풀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필요한 시설이 무엇인지, 이 시설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스케치북에 적었다.

"세종에서 전학 온 김상곤 학생입니다" 김상곤 부총리가 삼별조원들과 토론한 다문화센터 건립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학생들은 4팀으로 나눠 토론수업을 이어갔다. 우리마을 지도를 그리고, 센터는 어느 지역에 세울 것인지 지도에 표시했다.

"우리 지역에는 외국에서 일하러온 아저씨들이 많습니다. 외국인들과 함께 쉬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센타는 누가 지어주고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요?" 김 사회부총리가 아이들과 질문과 토론을 이어갔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자는 아이부터 SNS를 활용해 우리 처지를 알리자는 방안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자유학년제 수업은 모두가 조별로 완성한 마을지도를 들고나가 발표하면서 끝났다.

삼성중학교는 1학년 1년 동안 자유학년제를 시행한다. 자유학년제 동안 시험은 보지만 성적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대신 지역 활동이나 진로체험, 예술 분야 등 교과 외 활동을 한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교사들이 학생들 활동을 꼼꼼하게 챙길 수 있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날 공개 수업을 진행한 류아람(사회과 담당)교사는 "삼성중학교 수업 평가방식은 학생들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해당 팀이 무슨 발표를 했는지 등을 자세히 기록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토론 수업과 평가방식은 자유학년제가 아니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토론수업과 논·서술형 평가방식으로 이어지는 자유학기제 교실수업에 만족한다. 이 과정에서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나오면 교사들이 방과 후에 따로 챙긴다. 저녁식사까지 학교에서 하고, 늦은 시간에 교통편이 끊어지면 택시로 귀가시킨다.

자유학년제가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교사들은 정해진 시간에 교과서 진도를 빼야 하는 '수업시수' 압박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수업시수 줄여주세요

◆OMR카드 없는 시험평가 = 자유학년제는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에 처음 시행된다. 전국 중학교 3210개교 중 1503곳(전체 46.8%)에서 자유학년제를 시동을 걸었다. 충북 음성 삼성중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자유학년제 외에도 지난해 2학기부터 객관식 지필 시험을 100% 서술·논술형(영어는 50%)으로 바꿔 치르고 있다. 서·논술형시험엔 OMR카드가 없다.

교사들은 "그동안 낮은 점수를 받았던 아이들도 장점과 잘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강의식 수업에서 빠르게 융·복합 수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사들 스스로 연구하고 수업시연을 한다. 이날 마을공동체 만들기 수업도 사회과와 기술과 교사가 함께 만들어냈다.

이원경 기술교사는 "처음엔 강의식 수업을 했다. 이게 아니다는 생각을 했고, 선배 교사들에게 배웠다. 학생중심 토론수업을 하면서 나 스스로 공부하고 학생들을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삼별조에서 토론하는 김상곤 부총리

◆학교중심으로 지역사회 공동체 구축= 이날 토론수업에 이어 지역사회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주제는 '자유학년제' 지원 방안이다. 참석자들은 자유학년 제도를 통해 어떻게 교실수업혁신을 이룰지 방향을 제시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지자체, 민간, 대학 등 지역사회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지원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 학부모는 "마을공동체 발전을 놓고 토론하는 수업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느꼈다"며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의 장점과 지역사회가 아이들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김미희 수석교사는 "수업이 변화하면 평가 방식 또한 당연히 바꿔져야 한다"며 "교과 연계형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교사 수업시수를 줄이고 교사 정원을 늘려줄 것을 제안했다. 김 사회부총리는 "충분히 공감한다. 학생 수가 줄어들더라도 교사 정원을 유지할 방침"이라며 주명현 충북교육감 대행에게 공을 넘겼다.

주 충북교육감 대행은 "자유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충북도 중학교 교사들이 교실혁신 수업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역사회와 교육청 차원에서 꼼꼼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체험·진로교육이 부족한 군 단위 지역 시설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지도 간담회에서 거론됐다.

토론수업과 간담회를 마친 김 사회부총리는 "꼭 배워야 할 학습내용은 반드시 이수하면서, 배운 내용을 체험·진로학습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며 융복합 수업을 통한 교실혁신을 주문했다. 이어 "아이 교육을 위해 지자체, 지역공동체가 함께 나서는 진정한 교육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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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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