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택경기 하강국면 시작됐다

2018-10-19 11:19:03 게재

뉴욕·런던·홍콩 등 주요도시 집값하락 … 금리인상, 미·중 무역갈등 영향

천정부지로 치솟던 전세계 집값이 빠른 속도로 꺾이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 상승세를 이끌던 막대한 유동성이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 영향으로 말라가는데다 격화되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경기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결정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국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 런던 홍콩 시드니 등 최근 몇년간 급등세를 보였던 세계 주요 도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집값 거품이 걷히기 시작한 대표적인 지역은 가장 먼저 긴축을 시작한 미국이다.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그동안 집값이 수직으로 상승한 지역의 부동산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전미부동산협회(NAR)는 8월 미국의 기존주택 판매가 작년 같은달보다 1.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5년간 집값이 50% 넘게 오른 영국 런던 주택시장도 빠르게 식고 있다. 평균 집값이 지난 2분기 1.9% 하락한 데 이어 3분기에도 0.7% 떨어졌다. 영국은행이 8월 정책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에서 거품이 가장 많이 낀 것으로 평가되는 홍콩 집값은 이미 급락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주택가격은 7월부터 9월까지 2%가량 떨어졌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충격을 받은 중국 주요 도시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달 상하이 주택 판매가격은 한달 전보다 무려 3% 하락했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세계 도시 집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를 지목했다.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시중에 풍부한 자금이 풀리면서 투자자들은 저축보다는 소비나 대출을 하게 되고 큰 자본이 필요한 부동산, 특히 대도시의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과도한 가격 상승은 실질적인 내재 가치를 넘어선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집값 상승률이 '임대료 변동률'이나 '중위 소득 변동률'보다 더 높으면 거품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뉴욕 최고급 주택 시세가 급락하는 등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집값 하락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이는 도시 집값 상승의 원인이었던 도시 인구 집중현상이 해소되고 정부의 확대 재정 정책이 긴축재정과 금리인상으로 돌아서면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급등한 집값이 최근 빠지고 있는 모양새는 마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등 10년 주기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런던·홍콩·상하이 집값도 급락 으로 이어짐

김영숙 김은광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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