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0.25%p 금리인상, 올해 들어 4번째

한미 금리격차 0.75%p로 벌어져

2018-12-20 12:30:09 게재

트럼프·주요언론 반대 속 2.25~2.50%로 올려

내년 인상횟수 3회→2회로 속도조절 공식화

정부 거시경제금융회의 “금융시장 불안대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 기준금리가 2.25%~2.50%로 올랐다. 올해 들어 3, 6, 9월에 이은 네번째 인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축소됐던 한미간 금리격차(상단 기준)는 다시 0.75%p로 벌어졌다.



정부는 미 연준이 올해 네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20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금융시장의 추가 불안 요인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시중금리 상향 움직임은 감내할 수준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추가 불안 요인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연준은 내년도 금리인상 횟수를 2회로 줄이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미 대부분의 전문가가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올해 추가 금리인상'과 '내년 긴축감속'이라는 정책조합을 내놓았다. 통화정책회의 직후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서는 FOMC 위원 17명 중 11명이 내년도 금리 인상이 2번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속도 조절은 낮은 실업률 등 실물경제가 탄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 긴축을 뒷받침하지만, 금융시장에서 나오는 통화완화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현재 강한 성장과 실업률 감소를 예상하지만 그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경로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내후년은 기존의 1차례 인상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2021년은 동결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난 9월 3%로 봤던 장기금리를 2.8%로 내려 잡았고, 2020년과 2021년 금리 중간값은 3.1%로 봤다. 연준은 내년 경제성장률도 소폭 하향 조정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는 기존 2.5%에서 2.3%로 낮아졌다.

한편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즈(NYT) 등 주요 언론까지 전면에 나서 금리인상을 강하게 반대한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 18일 연속으로 트위터를 통해 "달러가 강세이고 실질인플레이션도 없는데 연준이 또 금리를 올리려 한다", "연준은 의미 없는 통계 숫자만 들여다보지 말고 시장을 피부로 느껴라"라면서 금리동결을 촉구했다. 뉴욕 금융권을 대변하는 일간경제지 WSJ은 18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금리동결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적인 고려는 연준의 금융정책 결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연준의 독립성은 중앙은행이 일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또 NYT 등이 축소 중단을 주장한 연준의 보유자산(밸런스시트) 프로그램에 대해 "(축소가) 부드럽게 진행돼왔고 목적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그것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유자산 축소를 계획대로 계속 진행할 뜻임을 시사했다.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2017년 10월부터 시작됐으며, 현재 매달 500억달러의 자산을 축소하고 있다. 미 CNBC는 연준의 보유자산은 한때 4조5000억 달러에 달했지만 현재 4조14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대다수 동료는 내년 경제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경제 성장세가) 몇달 전 예상했던 것에 비교해 일부 완화 조짐으로볼 수 있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가 발표되자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강세와 약세를 반복한 뉴욕증시는 결국 급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51.98p(1.49%) 내린 23,323.6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9.20p(1.54%) 내린 2,506.9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7.08p(2.17%) 하락한 6,636.83에 각각 마감했다.

연준이 기존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색채'를 줄이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성향'을 강화했지만, 아예 금리 동결까지 기대했던 금융시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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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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