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외식업체 줄줄이 폐점

2019-01-23 11:01:30 게재

CJ푸드빌·신세계푸드·이랜드 트렌드 주도 못해 … 혼밥족·간편식도 원인

지속되는 불황으로 잘나가던 대기업 외식업체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으로 외식업계를 주도했던 브랜드들도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2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지난해 '빕스'와 '계절밥상' 매장을 각각 21개, 25개 정리했다. 신세계푸드 '올반'은 3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이랜드파크 '애슐리'와 '자연별곡'도 각각 18개, 3개가 폐점했다. '애슐리'는 2016년 141곳에서 지난해 말 110곳으로 줄었다.
최근 새로 선보인 올반 프리미엄 메뉴. 사진 신세계푸드 제공

롯데지알에스 TGI 프라이데이스도 지난해 2개 점포의 문을 닫아 27개점만 운영되고 있다. 삼양애프앤비가 운영하는 세븐스프링스는 지난달 31일자로 서울 여의도점과 역삼점 영업을 종료했다. 한 때 20곳을 넘어섰던 세븐스프링스 매장 수는 2015년 16개, 2016년 13개, 2017년 11개로 감소하다 현재는 9개까지 줄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역시 2014년 109개에 달했던 매장 수가 실적 부진으로 폐점이 속출하며 현재 80개로 줄었다. 사라진 패밀리 레스토랑도 많다. 1995년 국내에 선보인 베니건스는 실적 악화로 2016년 자취를 감췄다. 마르쉐 역시 2013년 한국사업을 접었다. 씨즐러와 토니로마스도 각각 2013년과 2014년 사업을 중단했다.

대기업 외식 브랜드들은 폐점 원인으로 '소비심리 위축'과 '인건비 상승'을 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월 평균 외식 빈도는 2017년 21.8회에서 지난해 20.8회로 감소했다. 월 외식비는 30만3854원에서 4% 가량 줄어든 29만2689원으로 집계됐다.

외식 전문가들은 외식문화가 변하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잘나가던 시절에는 3~4인 가구를 겨냥한 푸짐한 뷔페식 메뉴와 넓은 매장이 대세였다. 하지만 1~2인가구가 확대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획일적인 메뉴와 대형 매장은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지역 맛집을 찾는 트렌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대기업 외식업체를 외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또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면서 외식 대체제로 간편식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며 "1인가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메뉴 차별화 실패, 소비자 입맛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 배달음식 성장, '혼밥족' 증가로 인해 대기업 외식업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형 외식업체들은 고전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쓰고 있다.

CJ푸드빌은 온라인 식품 배송업체에 '계절밥상'을 입점시켜 배달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일부 '올반' 매장을 고급화 매장으로 재단장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식시장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걸맞는 서비스와 음식을 즐기려는 소비자와 합리적인 가격에 '가심비'(가격대비 마음 만족)를 선호하는 소비자로 나뉘고 있다"며 "외식시장도 양극화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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