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런보다는 가능성 적지만

인슈어런스 런, 보험사 부실위험에 직접적 영향

2019-03-07 10:57:00 게재

"인슈어런스 런 효과, 보험건전성 감독제도에 정확하게 반영해야"

1990년 후반 일본에서 아시아 금융위기와 장기 침체로 인해 보험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일부 보험회사의 해지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보험소비자들이 보험계약을 대거 해지하는 '인슈어런스 런'이 발생한 것이다.

은행예금을 한꺼번에 인출해가는 '뱅크 런'과 달리 '인슈어런스 런'이 보험사의 부실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예금보험공사 금융리스크 리뷰 최신호에 실린 '인슈어런스 런의 발생 가능성과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이기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슈어런스 런은 뱅크 런과 달리 보험회사의 부실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인슈어런스 런이 뱅크 런과 차별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보험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제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립할 때에도 이를 정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험상품의 고유한 특징으로 인해 인슈어런스 런의 파급효과는 뱅크 런보다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보험회사의 보험계약 이행능력에 대한 우려가 생길 때 보험가입자 중 위험기피 성향이 크고 위험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일수록 우선적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유인이 더 클 것"이라면서 "이러한 저위험군 보험소비자들이 보험 풀에서 이탈한다면 해당 보험사업의 순자산가치는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보험회사의 부실위험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키게 되고 잔여 보험가입자 중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 위험이 낮은 보험가입자들의 추가 이탈을 촉발시키게 되는 연쇄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보험사업의 수익 구조에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여기에 2022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관리 방향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보험업계가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보험업계 전반의 금융안정성을 현저히 저해할 수 있다"면서 "특히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충분하지 않아 보험계약에 명시된 보험 채무를 이행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보험소비자들 사이에 퍼질 경우 대규모의 보험계약이 일시에 해지되는 '인슈어런스 런'이 발생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회사에서 인슈어런스 런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로 부실위험이 높지 않은 다른 보험사의 건전성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우량 보험회사도 자금난을 겪어 부실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비해 보험 건전성 감독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만일 뱅크 런에 준하는 유동성 부족 위험에 대비한 지급여력만을 확보하도록 보험업 자기자본제도가 설계될 경우 실제 부실위험에 비해 보험회사의 비상시 지급여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슈어런스 런에 의해 보험 순자산가치가 하락하는 효과를 보험업 자기자본제도에 정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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