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다문화 청소년 추적조사 결과

자랄수록 '삶의 만족도' 떨어진다

2019-04-24 11:29:01 게재

2011년부터 1269가구 종단연구 … 우울감 커지고 학업문제 어려움 늘어

2011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다문화 학생들의 현재 삶의 만족도가 당시와 비교해 떨어지고 우울감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우관계는 좋아지고 있는데 반해 학업 문제로 겪는 어려움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실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8 다문화 청소년 종단연구' 결과 확인됐다.

이 연구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다문화 청소년 발달에 대한 기초 자료를 구축하기 위해 2011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패널 조사다.
다문화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우울감은 커진 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교우관계는 좋아지고 있는데 반해 학업 문제로 겪는 어려움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다문화 관련 단체 행사 장면. 내일신문 자료 사진


연구원이 전국 시·도 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2011년 초등학교 4학년인 다문화 학생과 그들의 부모 중 1625가구를 표본으로 삼아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후 연도별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최종적으로 1269가구가 조사에 응했다.

◆"심리 적응 수준 떨어져" = 삶의 만족도는 2011년 3.24(4점 척도)에서 2013년 3.30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 2017년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2.88까지 떨어졌다. 우울 수준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우울 지수는 2012년 1.6(4점 척도), 2013년 1.61, 2014년 1.64, 2015년 1.69, 2016년 1.71, 2017년 1.74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다문화 청소년 심리 적응 수준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중 정체성을 갖기 시작한 학생들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청소년의 국적 정체성을 알아보기 위해 이들에게 한국 사람인 동시에 외국인 부모 나라 사람으로 인식하는지 묻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2011년 21.7%에서 2017년 26.3%로 늘었다. 이와 달리 '한국 사람'이라고 답한 비율은 2011년 73.0%에서 2017년 71.9%로 소폭 감소했다. 다문화 수용성도 조사 문항이 처음 도입된 2012년에는 2.93(4점 척도)이었으나 2017년 3.17로 꾸준히 상승했다. 보고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신이 한국사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감소한 반면 한국사람인 동시에 외국인 부모님 나라 사람 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증가했다"며 "다만 한국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인식에 다소 변화가 생겼지만, 평균적으로 여전히 부모에 대해 '자랑스러운 편'이라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부모님에 대한 자랑스러움은 아버지의 경우 2011년 3.98(5점 척도)에서 2016년 4.11까지 꾸준히 상승했으나 2017년 3.99로 떨어졌다. 어머니의 경우에도 2011년 4.22에서 큰 변화가 없었으나 2017년 4.16으로 감소했다.

◆교우관계 지속적으로 좋아져 =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1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15년 증가세가 둔화됐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지만 2011년 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이를 연도별로 보면 2011년 80.9%, 2012년 87.1%, 2013년 90.0%, 2014년 92.7%, 2015년 94.1%, 2016년 94/0%, 2017년 92.1%였다.

집단 괴롭힘 피해 경험도 2011년 1.18(4점 척도)에서 지속해서 감소해 2017년에는 1.03까지 하락했다. 수치 1은 '괴롭힘이 한 번도 없었다'는 의미다.

반면 학업 어려움에 관해서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70% 전후로 유지되다가 고등학교입학 시기인 2017년에 53.8%로 크게 줄었다. 구체적으로 '선생님께서 말하는 내용을 알아듣기 어렵다'(2016년 5.1%→2017년 7.1%), '공부할 내용이 어려울 때 물어볼 사람이 없다'(3.8% → 7.6%)로 '그렇다'는 답변이 비교적 큰 폭으로 늘었다.

주관적 학교성적 수준은 초등학교 시기(2011년 3.39, 2012년 3.41, 2013년 3.41)가 가장 높았고 이후 계속 떨어져 고교에 입학한 2017년에는 3.00으로 가장 수치가 낮았다.

성적 만족도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2011년 2.84에서 하락세가 계속돼 2017년에는 2.32까지떨어졌다. 이런 감소세는 학교성적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의 어려움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학업에서의 어려움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학교성적 수준과 성적에 대한 만족도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문화청소년 가정의 월 평균 소득은 2011년 약 218만원에서 2017년 268만원으로 50만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통계청(2018년)의 일반 가구(2인 이상)의 월 평균 가구소득 약 445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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