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변론' 징계 변호사, 검사 출신이 최다

2019-05-24 11:18:24 게재

대한변협 '판·검사 출신 변호사 징계 현황' 공개

몰래변론 28건 중 '검사 전관변호사'가 15건

품위유지·수임제한·몰래변론 순으로 많아

'몰래변론 금지'를 위반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변호사 중에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징계 받은 변호사 중에서 절반을 넘었다.

대한변협(회장 이찬희 변호사)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09년부터 2019년 3월까지 '판·검사 출신 변호사 징계 현황'을 공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달 30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최고위직 법관, 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 제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 대한변협 제공


변협에 따르면, 10년간 전체 변호사의 징계 건수는 총 699건이었는데 이 중에 전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169건으로 총 24%를 차지했다. 전관 출신 변호사의 도덕적 해이가 아직도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169건 중 영구제명은 단 1건이며, 제명은 2명에 불과했다. 정직과 견책이 22명이었으며, 과태료가 122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관출신 몰래변론 28건 중 16건 = 몰래변론으로 징계를 받은 건수는 총 28건 중 16건이 전관 출신 변호사였다. 이 중 15건이 검사 출신 변호사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변호사법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변호인선임서나 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않고 재판에 계속 중인 사건이나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변호하거나 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지난 4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이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몰래변론은 잘 알려져 있다. 총 수임건수가 67건 정도 되는데 10여건 정도가 세금신고는 됐는데 변호사회에 신고가 안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실제 몰래변론은 대한변협이 공식적으로 징계한 건수 보다 휠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도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수사확대를 막아주는 대가로 3억원을 받고 구명 로비를 벌이는 등 수임신고 57건을 누락한 혐의로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바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위반한 사례는 수임제한 위반으로 23건이나 징계를 받았다. 그다음으로 품위유지의무 위반 19건, 몰래변로 15건, 변호사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 위반이 10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관변호사,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최다 = 전관출신 변호사들이 가장 많은 징계를 받은 사유는 품위유지의무위반으로 37건에 달했다. 특히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품위유지 의무위반으로 18건의 징계를 받은 것이 주목을 끈다.

그 다음으로 전관출신 변호사들이 많이 위반한 징계사유는 수임제한 위반으로 33건, 공직퇴임변호사 수임 자료 제출 의무 위반과 몰래변론 위반도 1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공직퇴임변호사 수임 자료 제출 의무 위반은 총 21건 중 전관 출신이 16건을 차지했다. 이 중 판사 출신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학연이나 지연을 통한 연고 관계 선전금지 위반은 총 9건 중 7건이 전관 출신이었고, 이 중 6건이 판사 출신이었다. 수임제한 위반은 총 51건 중 총 23건이 검찰 출신, 10건이 판사 출신이었다.

양태정 변호사는 24일 "전관예우 등 고질적인 법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협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위반 시 처벌 수준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관예우를 이용하여 불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는 브로커 등의 문제가 높은 비율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변호사는 "전관이 재판이나 수사절차에서 결과적으로 사건해결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아도 절차나 과정 중에는 편의를 많이 받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선일 안성열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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