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논란 '동남권 신공항' 이대로 괜찮나 ①

"관문공항? 밤에 문 닫고, A380(대형 여객·화물기)도 못 내리는 '반쪽공항'"

2019-06-11 10:58:29 게재

부울경 "김해신공항이 제2인천공항 되는건 불가능"

소음 때문에 여행객 선호하는 심야 7시간 운영 못해

활주로 짧아 유럽·미주 가는 대형기 이착륙 힘들어

"밤에는 소음 때문에 문을 닫고, A380 같은 대형기종은 띄우지도 못하는 '반쪽공항' 만들려고 혈세 9조원을 쏟아붓는게 말이 되나"

박근혜정부 시절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천문학적 국가예산이 들어갈 김해신공항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어정쩡하게 타협됐고, 결국 반쪽공항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게 부산·울산·경남권의 주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논의는 이명박정부에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타당성 조사를 하다가 백지화됐다.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 불씨를 되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신공항 논의가 영남권 지역갈등으로 비화되자, 이를 '없던 일'로 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어정쩡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당사자인 부산·울산·경남권조차 불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인천공항 재난 발생시 대체 가능한 24시간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지난 2월에는 "영남권 광역단체들의 합의가 있다면 신공항에 대해 재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언급까지 내놓았다.

이에 발맞춰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들은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이하 부울경 검증단)을 구성, 6개월간 활동한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결론은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인천공항이 포화될 10∼20년 뒤를 대비할 제2의 관문공항에 턱없이 부족한 반쪽공항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하고 부울경 검증단이 언급한 관문공항이란 대체 무엇일까. "인천공항처럼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며 A380이나 보잉 747 같은 대형기종이 취항해서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공항"(이재희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란 설명이다.

관문공항은 왜 필요한걸까. 세계적 공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유일의 관문공항인 인천공항이 10∼20년 뒤에는 포화될 것이란 점이 우선 꼽힌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해외 입출국 인원과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선 제2의 인천공항이 절실하다는 것.

이미 선진국에서는 제1공항을 보완하는 제2공항을 운영하는 멀티 포트(Multi-port) 시스템을 도입했다.

독일에는 제1공항인 프랑크푸르트공항과 함께 제2공항인 뮌헨공항이 운영 중이다. 일본은 나리타공항을 간사이공항이 보완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멀티 포트 시스템으로 인해 국토균형발전이란 효과도 자연스럽게 얻고 있다.

한국도 제1공항인 인천공항과 함께 제2공항인 김해공항을 리모델링해 관문공항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지만, 여기서 결정적 문제가 지적된다. 리모델링 결과인 김해신공항이 인천공항을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는 관문공항이 되기에 태생적 한계가 많다는 주장이다.

우선 김해신공항은 관문공항의 핵심 조건인 대형기종이 이착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형기종을 띄울 수 있어야, 유럽이나 미주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김해신공항 활주로는 3200미터로 계획돼 있다. 인천공항이나 뮌헨공항, 나리타공항에 비해 턱없이 짧다.

부울경 검증단은 "A380은 3380미터, 보잉 747-400은 3679미터, 보잉 747-8은 3614미터는 넘어야 운항이 가능한데, 3200미터 활주로는 대형기에게는 무리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3200미터에 불과한 김해신공항 활주로에서는 A380이나 보잉 747 같은 대형기종은 이착륙이 어렵다는 얘기다.

24시간 운영도 어렵다.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에 따르면 공항소음 피해를 입는 집은 2732가구지만, 부울경 검증단이 새 소음평가단위를 적용하자 8배가 넘는 2만 3192가구로 추산됐다. 부산 북구와 사상구 시민 10만명도 군용기 훈련으로 소음피해를 입을 것으로 본다.

국토부는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심야시간(23시∼새벽 6시) 운항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하루 17시간만 문 여는 공항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시간대 운항이 불가능하면 최근 해외여행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저가항공사와 올빼미 여행이 어려워진다. 새벽시간대 저렴한 공항이용료를 노린 저가항공사들의 취항이 힘들어지고, 또 늦은 밤 출발해 이른 새벽 도착이 가능한 태국과 싱가폴 등 중거리 노선 운항도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김해신공항은 관문공항에 걸맞는 규모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2018년 1706만명인 공항이용객이 2050년 281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해 공항 규모를 계획했다.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2016년 실시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3653만명이던 예상 이용객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근 5년간 김해공항 이용객이 평균 16.9%씩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2050년에는 39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해신공항이 인천공항을 대체할 관문공항으로 부적격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멀티 포트시스템에 따른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김해신공항은 지역거점공항에 불과, 지역의 획기적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일본은 국토 동쪽에 위치한 도쿄 나리타공항과 서쪽인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통해 국토균형발전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간사이공항은 4000미터 활주로를 보유, 전 세계로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관문공항이다.

부울경 검증단은 "김해공항 확장에 9조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지만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기능은 불가능한다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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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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