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IT기업 융합·제휴 활발

2019-06-12 11:47:02 게재

이업종간 M&A 증가 … 전장화·친환경화 '수평적 협업' 눈길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시장이 빠르게 형성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기존 자동차산업을 주도해온 완성차업체 뿐만 아니라 소재 배터리 IT업계도 미래차 시장의 주류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에 적극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엠디고(MDGo)에 전략투자하고 미래 커넥티드카용 의료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엠디고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고차량 탑승객 외상 분석·예측 전문 기업이다.

같은 날 프랑스 경제장관은 자국의 자동차기업 르노와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 그룹의 합병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FCA 제안으로 관심을 고조시켰던 양사 합병은 르노노조의 반대로 무산될 상황에 처했으나 다시 불씨가 살아난 것이다.

◆미래차시장 선점위해 제휴 = 연결성(Connectivity)과 이동성(Mobility)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신기술 확보와 시장초기 선점을 위해 제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M&A 동항을 보면 2014년 이후 이업종간 M&A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의 M&A는 거래건수 654건, 거래금액 667억달러에 달했다. 거래건수는 사상 최대치다.

이중 자동차산업과 이업종간의 M&A 거래건수는 529건으로, 자동차산업 전체 M&A 거래의 80.9%를 차지했다. 거래액 기준으로도 이업종간 M&A는 401억달러로 자동차 동종산업 간 M&A 266억달러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업종간 M&A는 2013년 275건에서 2014년 367건, 2015년 412건, 2016년 486건, 2017년 529건으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반면 동업종간 M&A는 2017년 125건으로, 2013년 95건보단 늘었지만 2014년 134건보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자동차산업 M&A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업체를 인수하는 비자동차기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향후 자동차산업을 자사의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자동차산업 주요 M&A 사례를 통해 트렌드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닛산은 계열 최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칼소닉칸세이를 2016년 11월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매각했다. 칼소닉칸세이는 2016년 매출 1조533억엔 수준으로 열교환기, 머풀러, 차량 에어컨 등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칼소닉칸세이 시가총액은 2400억엔으로, 닛산은 매각에 따라 1000억엔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사업구조 개선 및 첨단기술 투자여력을 확보한 셈이다.

◆완성차-부품차 수직계열화 해체 = 자동차산업협회는 "완성차기업과 계열 부품업체간 밀착된 사업모델의 해체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완성차업체가 계열 부품업체 매각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동차의 IT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지만 자동차산업과 IT산업의 발전속도 차이로 전장사업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점도 주요인으로 관측된다.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은 2016년 10월 자동차용 반도체와 근거리무선통신(NFC) 칩 선두기업인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70억달러에 인수했다. 반도체업계 인수 중 최대 규모이자 IT업계 전체를 살펴봐도 역대 2위 규모다.

컬컴의 NXP 인수를 통해 IT산업 성장동력이 모바일에서 자율주행차로 전환되는 추세를 보여준다. 퀄컴은 자사의 강점인 시트템온칩에 NXP 강점인 근거리통신기술을 통합할 수 있어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겨냥한 제품솔류션 강화도 기대된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통해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은 모빌아이 인수로 자율주행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자동차업계는 닛산 사례에서 보듯 완성차기업이 계열 부품사를 둔 뒤 핵심부품을 공급받는 '수직계열화'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미래자동차 시장의 전장화, 친환경화, 경령화에 맞춰 수평적 협업관계가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 M&A 트렌드를 보면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전자기업들이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자동차기업와 IT기업간 경쟁 및 융합 구도가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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