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대우조선 현장실사 포기 가닥

2019-06-13 11:57:02 게재

기업결합심사 준비

노조협상안 없어 평행선

하반기 실사 가능성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를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실사 예정기간이 이번주 만료됨에 따라 실사에 더이상 매달릴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노조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노조 반발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실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당분간 현장실사를 위한 실사단 파견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대우조선노조와 협상을 위한 창구는 열어 놓는다.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판단은 현장실사보다는 남은 기업결합심사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해 만든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각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절차는 빨라도 6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현장실사에 매달리다보면 전체 인수합병 절차가 늦어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는 현장실사를 꼭 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산업은행은 오랫동안 관리하던 기업이기 때문에 이 절차를 생략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인수합병 과정에서 현장실사를 생략하면 자칫 인수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 매각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뒤늦게 인수를 포기한 것도 서류상으로 점검한 재무상태가 달랐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도 공식적으로는 "현장실사는 꼭 해야한다"는 입장이어서, 하반기 인수합병 논란이 느슨해진 틈을 타 기습 현장실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현장실사단은 옥포조선소를 두번째 찾았다. 조용철 현대중공업 부사장(CFO·최고재무관리자)과 강영 전무, 산업은행 관계자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현장실사단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위해 12일 오전 11시 옥포조선소 인근 애드미럴 호텔에 도착해 1시간쯤 머물다 철수했다.

실사단은 전날 대우조선 노조에 협상을 전제로 한 간담회를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에 불응했다.

실사단의 이번 방문은 실사목적보다는 노조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실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실사 책임자인 조 부사장은 "내일과 모레 이틀간 축소실사를 하기 위해 노조에 협조를 구하려고 내려왔는데 노조가 거부해 유감이다"며 "예정된 현장실사 기간이 이번 주에 끝나지만 기간내 완료하기 어렵다고 본다. 산업은행과 실사를 계속 협의해 딜(대우조선해양 인수)이 종결될 때까지 반드시 실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실사단과 노조간 협상을 이끌어낼 중재안이 없어 양측의 평행선 대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측은 기업 인수합병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선기자재업계와 노동계에서는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실사 무산을 놓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성배 한남진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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