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200여곳 … 대부분 문닫을 듯

2019-06-24 11:38:09 게재

금융당국 규제·감독 대상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갖출 여력 없어 국제기준 미달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국제기준을 발표하면서 향후 중소형 거래소 대부분이 문을 닫을 전망이다.

23일 금융정보분석원은 이달 16~21일 열린 FATF 총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국제기준 및 공개성명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1만달러선 넘어선 비트코인│22일(현지시간) 미국 가상화폐 정보제공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1만달러를 웃돈 데 이어 이날 1만1000달러도 넘어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이 출시를 공개한 가상화폐 '리브라'에 대한 기대가 비트코인 급등세를 이끈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고객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가상자산(가상화폐) 국제기준은 취급업소(거래소)에 대한 인·허가 또는 신고·등록의무,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를 위한 효과적 규제·감독체계 구축, 예방적 감독의무 등을 부과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가상화폐거래소는 190~200여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대상이 아니라서 정확한 수치 파악도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현재 은행들과 실명거래 확인을 통해 가상화폐를 사고팔 수 있는 곳은 대형거래소 4곳뿐이다.

FATF가 확정한 가상화폐거래소와 관련한 주석서는 각국이 지켜야할 구속력 있는 국제기준이다. 가상화폐거래소는 감독당국의 인허가 또는 신고등록을 통해 업무를 해야 하는데, 이는 국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에는 실명거래 확인이 가능한 거래소에 한해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김 의원 발의안이 통과되면 영업을 할 수 있는 거래소는 현재 기준으로 4곳뿐이다.

반면 신고를 통해 영업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되면 거래소 대부분이 영업을 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이 현장 검사를 통해 자금세탁방지시스템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신고를 취소할 수 있다.

FATF는 가상화폐거래소가 감독당국에 의해 감독돼야 하고, 감독당국이 효과적인 감독수단을보유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거래소가 의무를 위반하면 감독당국이 허가·신고를 취소·제한·중지시킬 수 있는 부과권한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소형 거래소가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을 갖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형 거래소 대부분이 벌집계좌 형태로 거래를 관리하고 있다. 벌집계좌는 가상화폐 거래자의 투자금을 법인계좌로 받아서 거래내용을 엑셀 등 수작업을 통해 장부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을 갖추려면 일단 실명거래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의심거래보고의무 등 부과되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상당수 인력과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소형 거래소들이 그런 시스템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ATF는 각국 정부와 이해관계자가 실제 운용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해설서 성격의 비구속적 지침서도 발간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향후 가상자산 관련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이 완료될 경우 하위법령 개정에 지침서 내용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FATF는 가상화폐 관련 공개성명서를 채택하면서 "(거래소에 대한) 허가·신고 절차를 마련하는 대신, 각국의 개별적 결정에 따라 가산화폐 관련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FATF는 각국의 가상화폐 관련 새로운 국제기준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내년 6월 총회에서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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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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