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AMFUS 평화포럼-독도' 동행기

아시아 해양수산 청년리더 '독도로 뭉치다'

2019-09-09 12:03:33 게재

7개국 학생 24명, 5일간 독도방문·포럼 일정

'해양수산 분야가 공동번영·평화 선도' 결의문 채택

내일신문과 경상북도가 주최한 '2019 AMFUS 평화포럼@독도'가 지난 7일 내일신문 밥일꿈교육장에서 진행된 해단식을 끝으로 폐회했다. 경북도 산하 독도재단이 주관하고 한국해양대학교의 후원으로 지난 3일부터 5일간 진행된 이 행사에는 한국해양대를 비롯 베트남해양대, 대만해양대, 상해해사대(중국) 등 아시아권 7개국 11개 해양수산계 대학교학생(AMFUS; Asia Maritime and Fisheries Univ. Students)대표 24명이 참가했다.


◆전공분야 해양수산업을 공동화제로 말문 열어 = 24명의 아시아 해양수산 청년 리더들이 가진 첫 공식 행사는 지난 3일 오후 2시 세종시 해양수산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1차 포럼(사진1)이다. 포럼은 사전에 선정된 국가별 대표 학생들의 발표로 시작했다. 러시아, 중국 등 포럼에 참가한 7개국 학생이 미리 공지한 '우리나라 해양수산 산업의 현황과 대표 인물 소개하기'라는 주제에 맞춰 준비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주상호 해양수산부 사무관이 남북 교류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해양수산 산업의 미래에 대한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이후 4개조로 나눠 진행된 그룹 토론은 '아시아 각국의 해양수산 산업분야 협력방안 찾아보기'라는 주제로 열려 관광 항만 수산업 등 다양한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아시아 각 국의 해양산업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얻는 좋은 기회였다"며 "아시아 해양수산 분야 청년들 사이의 교류를 고민해보게 된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포럼에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참석해 "아시아 각국에서 온 청년들이 함께 지내면서 대화하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를 평화롭고 함께 번영하는 지역으로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주길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역대급' 풍랑 극복 울릉도·독도 방문 = 다음 날인 4일의 일정은 울릉도와 독도 방문. 육지에서 울릉도와 독도로 가는 뱃길은 늘 불안하다.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야 가는 것이 울릉도행 바닷길이다. 이날도 바다 상태가 만만치 않았다. 울릉도 출장이 잦은 독도재단 문준환 대리가 '역대급'이라고 말할 정도로 높은 파도와 센 비바람이었다.

평소 배멀미에 대한 대응훈련을 경험했다는 필리핀 학생들마저 힘들어 했다. 거친 풍랑을 뚫고 포항에서 출발, 뱃길 217㎞를 울렁거리며 울릉도에 도착한 학생들의 첫 방문지는 독도 박물관. 독도 강치를 주제로 한 4D영화 관람(사진2)에 이어 각종 사료와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독도에 대한 대한민국의 입장, 독도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상징하는 의미 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심야 2차 포럼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은 '3.1 독립선언문, 자국 언어로 필사해보기'(사진3). "일본에 대한 증오와 공격이 아니라 진정한 아시아의 공동 번영을 위해, 심지어 일본을 위해서도 한국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3.1 독립선언문의 정신을 공유하자는 취지.

각 나라의 외세 저항 운동에 대해 서로 소개하고 토론한 후 가진 독립선언문 필사가 마무리되니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다음 날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독도탐방을 위해 서둘러 행사장을 정리했다.


6일 독도로 향한 학생 대표(사진4)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시간이 너무 모자라요"라는 아우성을 쳤다. 무엇보다 날씨의 도움없이는 가기 힘든 곳이 바로 독도다. 이날은 다행히 '천우신조'의 날이었다. 접안이 어려운 독도는 '3대가 덕을 쌓아야' 하선을 허락하는 섬으로 유명하지만, 어제와는 완전히 달라진 화창한 날씨가 독도를 몇 배는 빛나게 했다.

찍는 사진마다 찍는 사람도 놀랄 멋진 풍경이 담겼다.

하지만, 전날의 교육(?)과 토론의 효과였을까. 독도에 발을 디딘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진 찍기에 바빴던 학생들에게도 독도는 이제 그냥 '아름다운 섬'으로만 다가가진 않는 듯하다. "왠지 슬픔이 느껴졌다"는 스리랑카 학생의 말처럼.

20분의 독도 방문을 위한 왕복 4시간의 항해 후 다시 포항으로 돌아오는 4시간. 아무리 '신기할 만큼 쾌청해진 날씨'에도 8시간의 항해는 녹록치 않은 여정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이번 포럼의 마지막 강의와 결의문 채택. "지금은 피곤하지만, 일정이 끝나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는 주최 측의 독려에도 심드렁한 표정의 참가자들이 유독 많아진다. 아무리 열혈 청년들이지만 극도로 피곤한 몸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자국, 자신의 대학을 대표한다는 자긍심이 피곤한 청년 리더들의 세포들을 깨웠을까.

강의가 시작되자 다시 참가자 대부분이 '열공' 모드로 바뀌었다. 신기했다.

이희원 한동대학교 교수가 진행한 강의 주제는 '역사로부터 배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연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1920년대 아시아의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미래를 예측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특히, 당시 이해 당사국으로 등장하는 중국, 러시아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주된 질문자 역시 그들. 독도 방문의 효과인지 다오위다오(센카쿠열도)와 쿠릴열도 등 일본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이 남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이해되는 장면이다.


강의 후 진행된 포럼의 마지막 공식 행사는 결의문(사진5) 채택.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피곤한 몸이지만 소속 국가와 대학을 대표해 서명해야 하는 결의문이기에 문장 하나, 단어 하나 꼼꼼히 따지고 토론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결의문의 서명란이 모두 채워진 건 늦은 밤. 이날도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왈랑 항간, 독도!"(독도여 영원하라) = 포럼 네 번째 날인 6일. 행사를 마무리하는 결의문 전달식(사진6)이 있어 여전히 부산한 아침 일정이 시작된다. 전날 꼼꼼히 점검한 결의문의 주요 내용은 '아시아라는 같은 대륙에 발을 딛고, 태평양이라는 같은 바다를 공유하며, 해양수산이라는 같은 분야를 전공하는 공통점'을 가진 참가자들이 아시아 해양수산 분야 청년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전문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무엇보다 투철한 역사의식을 갖고 아시아 지역에서 과거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

결의문을 전달받은 신순식 독도재단 사무총장은 독도가 새겨진 전통 부채를 답례품으로 전하며 "독도가 분쟁이 아닌 평화의 섬으로 아시아인 모두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빡빡한 여정의 마지막 날인 7일. 휴대폰에서 동시에 울리는 재난 문자 경보(태풍 '링링' 한반도 상륙)에 귀국 길이 걱정되지만, 해단식(사진7)을 위해 내일신문 밥일꿈 교육장에 모인 참가자들의 얼굴이 모두 밝기만 하다. 무사히 행사를 마쳤다는 안도, 포스코 견학에 이어 서울 귀경 후 이번 포럼 시작 후 처음으로 가진 자유시간과 관광의 여운이 이어진 모양이다.

참가자 대표로 소감을 전한 리안(필리핀, 아시아태평양 해양아카데미)의 "왈랑 항간, 독도(독도여 영원하라)"라는 외침에 진심이 느껴졌다. 참석 학생들이 주최 측과 실무자들에게 전하는 살뜰한 감사의 인사에도 같은 아시아적 정서가 느껴져 더 반갑고 헤어짐이 아쉽다.

"독도는 남의 나라의 것을 빼앗아 자국의 부를 축적하는 방식의 질서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발전하는 시대를 뜻하는 새로운 질서, 새로운 평화가 시작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행사를 기획한 주최, 주관 기관 모두의 뜻.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외침이 단순히 우리 것을 지키는 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가치, 새로운 평화의 시작임을 알리고 인정받는 것이 'AMFUS 평화포럼@독도'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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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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