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감사한다 | ② 내팽개친 입법권

법안 10개 중 3개도 처리 안 해 '역대 최악'

2019-10-04 12:13:07 게재

법안처리율 28% … 전년 41.7%에서 큰 폭 하락

'법안소위 한달 두 번이상' 무력화 … 월 0.4회꼴

입법부의 제1 의무는 '입법'이다. 입법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토록 하는 게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20대 국회는 낙제점이다.

헌법 제3장 '국회'의 첫 조항인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를 기준으로 보면 국민에 의해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게 된다.

4일 국회 사무처가 내놓은 법률안 본회의 처리율은 28.0%다. 제출된 100개 법안 중 28개만 심사를 마무리하고 폐기, 대안 반영 폐기, 수정통과, 원안통과 등으로 처리됐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역대 최저수준이다. 16대 국회의 처리율이 63.0%였으며 17대와 18대에는 50.3%, 44.4%로 낮아졌고 19대에서도 41.7%로 완만하게 하락했다. 20대 들어서는 지난달 30일까지 분석한 결과 28.0%로 추락했다. 접수된 법안을 심사하고 처리하는 의무를 방치했다고 할 만한 대목이다.

◆쏟아지는 법안 = 2만건 이상의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16대 국회 4년간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507건이었다. 17대땐 7489건으로 늘더니 18대에서는 1만3918건으로 확대됐다. 19대에선 1만7822건으로 증가했다. 20대는 아직 8개월이 남아있지만 2만2192개의 법안이 제출됐다.

의원들은 법안만 내놓고 심사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처리율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대 규모의 법안이 나왔지만 그동안 증가세였던 처리규모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처리법안을 보면 16대 1579건에서 17대 3766건, 18대 6178건, 19대 7421건이었다. 20대는 현재까지 6162건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여야 대치국면을 고려하면 20대 국회는 처리법안이 감소한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너무 일 안 하는 국회 = 국회가 너무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가 확인됐다. 지난 7월 17일 시행된 '법안소위 월 2회이상 개최'를 골자로한 국회법 개정안이 무력화됐다.

여야가 손잡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보자'며 합의해 통과시켰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사무처가 낸 자료에 따르면 8월과 9월 두 달간 17개 상임위의 25개 법안소위가 모두 22번의 법안소위를 열었다. 법안소위마다 월평균 0.4회 연 셈이다. 두 달 동안 단 한번도 법안소위를 열지 않은 상임위가 8개에 달했다. 운영위, 법사위, 기재위, 과방위, 외통위, 문체위, 복지위, 정보위 등이었다. 전체 상임위의 절반정도가 '일하는 국회법'을 아예 신경도 안 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임위에서의 법안처리율은 31.8%에 그쳤다. 정보위의 처리율은 3.3%였고 법사위는 12.6%였다. 운영위(15.0%) 행안위(19.5%)도 1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들어 여야간 대치국면이 극단적으로 흐르면서 법안심사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20대 들어 2016년 5월31일부터 연말까지 국회의원들은 4207건을 내놓고 510건을 처리해 처리율 12.1%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1년동안 5494건의 법안을 쏟아냈으며 처리한 법안은 1586건이었다. 처리율은 28.9%였다. 2018년에는 5891건이었고 2039건을 처리해 처리율이 34.6%였다. 올해들어서는 이달 3일까지 의원들은 4408건의 법안을 냈으며 637건을 처리했다. 14.5%의 처리율을 기록했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국회가 가장 기본적인 입법권을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라며 "법안심사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것을 우습게 보는 모습을 대할 때면 국민이 국회를 불신하고 세비가 아깝다는 생각을 갖는게 당연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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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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