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패스트트랙 저지' 마지막 총력전

2019-12-11 11:26:36 게재

의원들, 국회 철야농성 후 규탄대회 열어

필리버스터·수정안·장외투쟁·'친문 국정농단'

황교안 "강력 투쟁 … 모든 것 다 하겠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에 마지막 힘을 짜내는 모습이다.

전날 범여권의 '4+1 예산안' 처리 강행을 막는 데 실패한 한국당은 두 번째 싸움을 앞두고 결사항전 태세다. 그동안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선거제 개편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된 법안마저 통과될 경우 지도부 리더십의 급격한 약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남은 카드들이 마땅치 않아 '이미 진 게임'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구호 외치는 자유한국당 |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내년도 예산안 본회의 통과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황 "목숨 걸고 막아내겠다" =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1일 "(여당이) 민주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목숨을 걸고 막아내겠다.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앉아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예산안 날치기 세금도둑 규탄대회'를 열고 "(여당이) 정의·공정 말하면서 불의와 불공정·악행을 반복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어제의 폭거(예산안 통과)를 일으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규탄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지도부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에서는 합의한다고 하고 뒤에선 뒤통수를 치고 있는데 합의가 되겠느냐"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어진 비공개 대책회의 후에도 "큰 방향은 모든 노력과 총력을 다 기울여 정부의 폭정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 투쟁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대 국회는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일인 10일 본회의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총 512조2504억원 규모의 예산안과 기금운용 계획안을 처리했다.

여야 3당이 이날 오후까지 진행한 예산안 협상이 끝내 불발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당초 231번째 안건이었던 예산안을 오후 속개 본회의에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했다. 예산안은 한국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 28분 만에 처리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통과 직후부터 11일 오전까지 본청에서 철야농성을 하며 항의했다.

◆"할 수 있는 건 시간끌기 뿐" =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할 전망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와 주말 장외투쟁도 계획중이다.

또 한국당은 이날 오전 규탄대회 후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진상조사특위 현판식 및 임명장 수여식'을 열고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하명 수사 의혹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 등에 대한 공세강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총공세'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당 지도부 관계자는 "사실 남은 카드가 많지 않다"며 "물리적 저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사실상 여당 횡포를 막아낼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대국민 이슈제기는 이미 해온 터라 뭔가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며 "최선을 다 하고 패스트트랙 이후의 여론동향을 주시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시간 끌기 뿐"이라며 "최대한 국민들 보기에 불쌍하게 져야 이 정권에 대한 불만을 조금이라도 빨리 임계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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