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사

중국이 만들려는 미래에 대한 대답 중국 역사 속에 있다

2020-02-07 11:08:12 게재
구성희 지음 / 민속원 / 3만9000원

시간의 흐름을 토대로 인간사회를 연구하는 것이 역사학이다. 국가 간 분쟁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역사는 시간의 흔적이다. 시간을 절대적인 시간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상대적인 시간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역사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국제관계에서 분쟁과 충돌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절대적 역사관 때문이다. 자국에게 역사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는 상대적이어야 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은 1990년대에 민감한 역사 문제는 후세대에 미루고 일본과 공동이익을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가 중화 중심의 역사관을 절대화하고 주변국에 강요했다면 현재의 중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상대적 역사관을 갖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상대방의 역사를 사실 그대로 이해할 때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가능하며 공동이익을 위한 협조도 가능해진다.

최근 중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교양서가 출판되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사'는 한국 학생들이나 독자들이 어렵게 생각했던 중국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했다. 중국 자연환경과 민족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중국 문명 기원과 신화시대를 시작으로 현대까지 시간 순으로 중국사를 정리했다. 물론 모든 역사적 사실을 두루 자세하게 거론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사의 큰 흐름을 파악하면서 각 시대의 특색을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를 모르면서 현대 중국을 이야기할 수 없다. 사회주의 중국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무늬만 다를 뿐 내재하는 역사적 맥락은 은은하게 흐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중국을 알고자 한다면 우선 중국 역사를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 중국 역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현재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미래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중국 문화는 유구한 역사적 토양에서 형성된 것이라 중국 역사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중국 문화도 그만큼 잘 볼 수 있다. 또한 중국 역사에 대한 이해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오늘날 중국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도 긴요하다. 현재 중국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역사적 전통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역사를 간명하게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중국은 오천 년 넘는 역사적 두께를 지닌 나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중국통사와 중국학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이 중국의 역사적 인물, 제도, 문물 등에 대한 기초지식이 빈약하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했다. 이 책은 학생들이나 일반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본문에 그림과 사진을 다수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사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이나 일반 독자들도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

이미 중국 역사를 풀어낸 책이 많다. 그런데도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이유는 중국인들이 누구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가려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중국 역사 속에서 적잖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넓은 땅만큼이나 다양한 환경 속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실로 다채로운 역사를 빚어왔다. 수많은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빚어낸 다양한 이야기에 독자들이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중국학자들 견해를 인용해 중국 민족 특성을 자연주의·낙관주의·현실주의·인내심·무관심·우월감·체면주의 등으로 요약하고, 중국이 발전 과정에서 분열과 통일을 거듭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중국사를 이해하려면 중국인의 역사 인식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이 추상적인 생각보다도 구체적 사례를 존중했고, 이전 사람들의 경험에서 살아있는 규범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중국과 중국인의 진면목을 보고 우리 사회가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총 15장으로 중국 고대문명에서 중국의 현대 동향까지 정치적 흐름을 설명하면서 당시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중국사를 가르치면서 중국사 책을 출판하기 위해 줄곧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는 기자에게 "이 책은 비전공자나 대학생, 일반 독자가 읽어도 비교적 쉽게 중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한 장점이 있다"라며 "특히 중국통사는 보통 중국고대사에서 대략 1911년 신해혁명이나 1960년대 문화대혁명까지 많이 쓰는데 이 책은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과 일대일로(一帶一路)까지 평가해서 집필했다"고 말했다.

요즘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저자는 이런 세태를 보면서 책을 쓸 필요가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십년동안 중국지역에서 유학하면서 답사하고 연구한 성과를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소개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저자 구성희 교수는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 역사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북경대학교 역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외 여러 대학의 연구교수와 연구원 및 북경대학교 역사학과 전임강사를 역임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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