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교체 면마스크' 한달 대장정 마무리

2020-03-30 12:10:48 게재

강동구 주민 자원봉사단

목표치 2배 4000장 생산

면으로 된 안감과 겉감 사이에 정전기 필터를 끼워 쓰는 교체용 마스크 원조격인 서울 강동구 자원봉사단이 당초 목표치 두배를 생산하고 한달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강동구는 구청 강당에서 면 마스크를 제작하던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용과 성인용 2000장씩을 생산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달 초였다. 보건용 마스크 사재기가 빈번해지고 가격급등 품귀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구하기 어려운 어린이용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게 시작이었다.

강동구가 새마을부녀회와 주민 봉사단 힘을 빌어 이달 필터를 갈아끼우는 면 마스크 4000장을 생산했다. 이정훈 구청장도 주민들을 응원할 겸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사진 강동구 제공


구에서 재봉틀과 함께 원단과 정전기 필터, 끈조절기 등을 준비하고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작업을 하기로 했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 30명이 손발을 맞췄는데 첫날 생산량은 20개가 안됐다. 일이 몸에 익은 이틀째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강행군을 해 500장을 완성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보건용 마스크만큼 효과가 있는지 직접 검증에 나섰다. 두겹 면 사이에 KF80 이상 필터 두겹을 끼워 만든 마스크를 크기별로 제공했다. 보건용과 마찬가지로 미세한 입자까지 막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내친김에 2000장을 더 제작해보자고 힘을 모았다. 새마을부녀회 회원 이외에 공업용 재봉틀을 다룰 줄 아는 주민들을 공개 모집, 규모를 키웠다. 재봉틀 기술로 봉사단에 합류한 김경희(63·등촌2동)씨는 재단작업을 담당하면서도 "뭘 한들 어떠냐"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작업을 하니 코로나19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소문을 듣고 다른 지자체와 봉사단체에서 문의가 줄을 이었다. 자료 제공과 함께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을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했다. 현재 전국 140여개 지자체와 개인·단체까지 친환경 면 마스크가 확대됐다. 서울 동북권 9개 자치구는 아예 봉제협동조합과 손잡고 '국민안심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이순남 서울시 새마을부녀회 회장은 "디자인실장이니 새마을마스크공장이라고 농담을 해가며 만들었다"며 "안전성까지 확인되니 '쌀보다 귀한 마스크'라며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정전기 필터도 가격이 뛰고 귀해지면서 추가 물량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종순 여성복지팀장은 "인터넷을 뒤져 가격을 비교하고 동대문시장까지 발품을 팔면서 확보했다"며 "면이라 감촉이 좋고 디자인이 예뻐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한달, 4000장을 생산했다. 3700장은 어린이집과 복지시설 모범운전자회 보육원 지역아동센터 요양원 등에서 벌써 사용하고 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마스크 대란 해결에 힘을 보내준 봉사자들께 감사드린다"며 "힘을 합치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개인 위생수칙 지키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실천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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