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체(와이어카드) 파산으로 독일 회계감독 개혁 촉발

2020-07-06 12:20:33 게재

비금융기업 감독 사각지대

"금융당국 조사권한 확대"

독일의 대표적 핀테크 기업으로 주목받았던 와이어카드(Wirecard)가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하면서 금융당국의 회계감독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드러났다. 독일 정부는 조만간 회계감독시스템 개혁에 착수할 예정이다.

6일 블룸버그 통신은 "분명한 위험신호가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당국은 와이어카드에 대한 회계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더딘 의사결정과 불충분한 감독, 당국 간의 분열된 책임 소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민간 부문의 규제당국과 시장 규제당국 간의 회계감독 권한 집행을 분리해 놓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비금융기업의 자금세탁 조사권한은 지역 당국에 있다. 독일 정부는 이와 관련한 제도 개혁을 실시할 예정이다.

독일 재무부 요르크 쿠키에스(Joerg Kukies) 부총재는 최근 디 차이트(Die Zeit) 신문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은 (와이어카드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다"며 "검사와 같은 비슷한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검사권을 가진 미국의 증권선물위원회(SEC)와 독일 연방금융감독청을 비교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해 실패 상황을 점검하고 어떻게 그러한 상황으로 진행 된 것인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집행권한을 통합하면 연방금융감독청은 기업 회계장부에 대한 조사권한을 부여 받게 된다.

법무부 대변인은 독일 정부가 민간 회계감독기구인 재무보고 집행 패널(FREP)과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재무보고 집행 패널이 정부를 대신해 상장기업의 재무보고를 감시·감독한다.

해당 계약은 2021년말 종료된다. 정부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시장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의 범위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연방금융감독청은 지난해 1월 와이어카드의 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문건을 받았지만, 시장교란 혐의에 대한 후속 조치를 검찰에 요청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연방금융감독청 대변인은 "지난해 2월 '재무보고 집행 패널'에 와이어카드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고 그 이후 여러 번 후속조치를 요청했지만, 와이어카드의 회계 장부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무보고 집행 패널'은 와이어카드 조사업무를 단 1명에게 맡겼다.

올해 4월 와이어카드에 대해 회계법인인 KPMG가 특별감사를 진행했고 와이어카드는 회계장부에 보고된 21억달러의 현금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파산신청을 했다.

현재 독일 연방금융감독청은 와이어카드에 대한 직접 감독권한이 없다. 와이어카드 사업의 대부분이 금융과 관련된 것이지만 금융회사가 아닌 IT회사로 분류돼 있다. 연방금융감독청은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요르크 쿠키에스 부총재는 "와이어카드의 파산은 독일의 명성에 해를 끼쳤다"며 "오늘날 우리가 (분식회계 사건의 대명사인) 엔론과 월드콤을 언급하듯이 10년 후에는 와이어카드를 언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펠릭스 후펠트(Felix Hufeld) 연방금융감독청 의장은 의회에서 와이어카드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연방금융감독청이 책임 있는 기관들 중 하나임을 인정했다. 오랜 기간 와이어카드의 외부감사를 맡아왔던 EY는 고객인 와이어카드가 '복잡하고 정교한 부정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와이어카드의 회계스캔들이 커지자 최고경영자에 자리에서 사임한 마쿠스 브라운은 체포됐다가 다음날 보석으로 풀려났다.

와이어카드는 마쿠스 브라운의 측근인 전략설립 담당을 별다른 설명 없이 해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통적인 금융기업인 도이치방크나 코메르츠방크 역시 각자의 문제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계 스캔들은 와이어카드 파산 이후 현대 금융에서 어떻게 다시 독일의 역할을 재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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