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동네책방 생존탐구·미래의 서점

우리 곁 지역서점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2020-08-07 11:36:27 게재
한미화/혜화1117/1만5000원

아이를 키우며 동네에 서점이 없는 게 항상 아쉽다. 10여분 걸으면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대형서점이 있지만 동네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냄새'는 없기 때문이다. 출판 분야를 취재하며 종종 지역서점을 취재하는 날이면 갈증이 더한다.

아이들이 뛰어 들어오던 서점 한편에는 이곳을 드나들며 성장한 아이들의 사진 기록이 빼곡했다. 그곳을 드나들며 성장한 아이들은 책이 보여준 세상을 읽으며 책을 사랑하는 어른으로, 보다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신만의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읽기'를 할 수 있는 지역서점은 더없이 소중하다.

서점, 지역의 구심점

'제일재경주간' 미래예상도 취재팀/유유출판사/1만7000원

지역서점을 다룬 책 2권이 1인 출판사 2곳에서 나란히 출간됐다. 혜화1117의 '동네책방 생존탐구'와 유유출판사의 '미래의 서점'이 그것이다. '동네책방 생존탐구'는 '동네책방 동네도서관'에 실린 글들을 바탕으로 한미화 출판평론가가 쓴 책이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지역서점들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지역서점들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다룬다. 지역서점들이 많이 생겨난 정책적 배경과 지역서점의 공공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관련 정책, 변화하는 출판유통 지형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미래의 서점'은 중국의 유력 경제주간지 '제일재경주간' 미래예상도 취재팀이 쓴 책으로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의 주목받는 서점들을 취재해 저마다의 장점과 개성, 전략을 담았다.

한국에도 몇 년 전부터 지역서점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때 노홍철 등 연예인들이 서점을 열어 화제가 됐을 정도다. 독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큐레이션한 공간으로, 책과 함께 맥주나 음료를 마시는 공간으로 지역서점을 찾았다. 책에 따르면 '이곳에도 서점이 필요할까' 싶은 완도에도 '완도살롱'이라는 서점이 있다. 완도에서 문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이들은 완도살롱을 찾아 이웃을 만나며 교류한다. 이 책은 지역서점에 대해 "책방이자 지역 운동의 구심점이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자신과 지역 주민들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지역서점은 사기업이지만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공공성도 띠고 있다.

구미에 위치한 지역서점 '삼일문고'의 큐레이션. 사진 삼일문고 제공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늘어난 지역서점들

지역서점이 많이 생긴 배경에는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자리잡고 있다. 개정 도서정가제에서는 가격 할인 10%, 가격 외 할인 5%로 할인 폭을 엄격히 규정했다.

소비자들이 지역서점에서도 온라인서점과 같은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지역서점을 경영하기가 한결 수월해진 셈이다. 그러나 자본력이 있는 온라인서점이 마일리지 적립 여력이 더 있는 것은 물론, 카드사 제휴 할인 등을 하는 상황은 여전하다. 지역서점을 운영하기가 마음만큼 쉽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책은 공급률 등 지역서점들이 직면한 현실에 대해서도 다룬다. 공급률이란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납품하는 정가 대비 비율을 뜻한다. 그런데 공급률은 모든 서점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출판사는 대형서점(온라인서점)과 지역서점에 다른 공급률을 적용. 대형서점에 보다 저렴하게 책을 공급한다. 똑같은 1권의 책을 팔아도 지역서점은 대형서점에 비해 이윤이 적은 셈이다.

반스앤드노블은 낡았다

서점 경영의 어려움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서점'은 미국의 대형 체인 서점인 반스앤드노블(Barnes&Noble)의 어려움을 다루며 '낡았다'고 지적한다.

2017년 기준 반스앤드노블은 632개 매장에 직원 2만600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출은 11년째 하락하고 있다. 반스앤드노블은 대형 체인 서점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서가 진열을 하며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판매한다. 이는 독자들이 반스앤드노블 대신 온라인서점을 찾게 만들었다. 독자들은 전통적 방식의 서가 진열에는 찾아갈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베스트셀러는 아마존에서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엉망진창 진열'로 독자 사로잡기

'미래의 서점'은 자신만의 전략으로 오프라인서점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아시아권 여러 서점들에 주목하며 서점의 미래를 전망한다. 독립서점이 발달한 일본과 타이완, 얼마 전부터 완전히 새로운 서점들이 들어서고 있는 중국,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서점들이 그것이다. 중국에는 복합생활공간과 같은 서점들이 계속 생기고 있으며 타이완의 청핀, 일본의 쓰타야 등은 거대 자본과 결합했다.

재기발랄한 독립서점들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도서정가제가 남아 있는 일본에는 이와 같은 독립서점들이 전국에 있다. 일본의 모리오카쇼텐은 일정 기간에 단 1권의 책을 파는 서점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농산물 창고에서 1986년 처음 문을 연 빌리지뱅가드는 '엉망진창 진열'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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