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체계 '확' 바꾸자 ①

원료값 내려가도 전기요금은 언제나 제자리

2020-08-18 11:39:44 게재

2000~2020년 20년간 국내 전기요금 구조 분석

시장원리 배제 … 연료비와 한전 실적은 반비례

전기요금 원가를 좌우하는 국제유가와 한국전력 경영실적은 지금까지 엇박자 형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일신문'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국제유가와 전기요금, 한전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고유가 시절엔 한전의 영업적자 폭이 늘었고, 저유가 시절엔 영업이익 규모가 증가했다. 국제유가 움직임에 맞춰 전기요금이 제때 반영됐다면 정비례해야하지만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다보니 이처럼 반비례 곡선을 그리게 된 것이다.


◆저유가땐 한전 영업이익 증가 = 고유가 시기에는 높은 국제유가가 한전 전력구입비에 반영되지만 판매요금이 동일하다보니 수익이 줄어든다. 반면 저유가 시기에는 판매요금은 기존과 다름 없는데, 전력구입비가 감소하다보니 수익이 늘어나는 이치다.

국제유가(두바이유)가 배럴당 23.88달러였던 2002년 한전은 5조4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5년 두바이유가 49.59달러로 오르자 영업이익은 3조9217억원으로 줄었고, 유가가 68.34달러였던 2007년 영업이익은 2조8217억원으로 급락했다.

2008년 유가가 94.29달러로 치솟자 그해 한전은 2조798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한전은 2011~2012년에도 각각 1조205억원, 8179억원의 영업적자에 빠졌는데, 이 시기 국제유가는 각각 105.98달러, 109.03달러로 100달러를 훌쩍 넘겼다.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2015년 한전은 11조3467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유가 50.69달러)했고, 2016년 12조16억원(41.41달러)으로 이익규모가 늘었다. 그러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반전되면서 실적은 다시 추락했다.


적자 규모는 2018년 2조80억원(69.66달러), 2019년 1조3566억원(63.53달러)으로 2011~2012년에 이어 두번째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왜곡된 가격구조가 한전 경영실적도 왜곡시키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상반기는 사상 초유의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어 현행 요금체계(약 5개월 후 원가에 국제유가가 반영)를 고려할 경우 한전의 올 8~9월 이후 이익규모는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석유수요 감소로 올 3월 33.71달러, 4월 20.39달러, 5월 30.47달러까지 하락한 바 있다.

한편 한전 실적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실적을 살펴보면 2010~2012년, 2018~2019년은 원자력발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한전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5개년 중 4년은 한전이 적자를 기록한 해이다.

◆한전 실적에 한수원 실적도 영향 미쳐 = 2010년의 경우 한전이 올린 1조5801억원의 영업이익 중 한수원 실적 1조4717억원을 빼면 1084억원만 남는다. 2011년은 한전이 1조20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한수원의 영업이익 1조798억원을 제외하면 적자규모가 2조1003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2012년도 한전 적자규모가 8179억원으로 집계됐지만 한수원 실적을 제외 할 경우, 적자 폭은 1조2363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한전이 고전한 2011~2012년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만큼 고유가 시기였다.

2018년에도 한전은 적자 2080억원을 기록했고, 한수원의 1조1163억원 흑자를 제외하면 적자규모는 1조3243억원으로 늘어난다. 2019년의 경우 한수원 영업이익 8548억원이 없었다면 한전 적자 폭은 2조1313억원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2013~2017년은 한전과 한수원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고, 전반적으로 한수원을 제외한 이익규모도 1조2512억~8조1818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한전 경영실적은 국제유가 등 연료가격 추이, 전기요금 수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2013년 한수원의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전기요금 2차례 인상과 판매량 증가로 전기 판매수익이 크게 늘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2015~2016년은 유가 하락폭이 커져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다만 한수원의 경영실적, 즉 원자력발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한수원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 규모가 매년 1조원대 이상을 유지하다 4184억원으로 급감했던 2012년은 방폐물처분장 관리비용이 재산정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영업이익 규모가 2000억원대로 최근 10년간 최저수준을 기록했던 2013년은 한수원 일부 직원의 시험성적서 위조사건 등으로 원전 이용률이 급감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줄었다. 당시 원전 이용률은 2011년 90.7%, 2012년 82.3%, 2013년 75.5%로 하락하다 2014년 85.0%로 반등했다.

계획예방정비 증가로 원전 이용률이 65.8%로 급락했던 2018년 영업이익 규모가 2012~2013년보다 높았던 이유는 전체 가동 중인 원전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2013년 23기 20,715MW의 원전을 보유했으나 2018년 24기 22,528MW로, 설비용량 1813MW이 늘었다. 이 기간 고리 1호기(587MW)는 영구폐로됐고, 대신 신고리 3호기(1400MW), 신월성 2호기(1000MW)가 신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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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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