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 오른 '비례대표 의원 징계 허점'

정당 덕에 당선 … 출당에도 '의원직 유지'

2020-09-21 12:21:55 게재

문제되면 '탈당' 아닌 '제명'으로

정당은 면책, 의원은 의원직 유지

국민의당·위성정당 셀프제명 논란

입법조사처 "헌법 원리에 반해"

비례대표 의원들이 거대양당체제에서 정당의 이름을 앞세워 당선돼 놓고는 문제가 생기면 탈당 대신 제명을 선택, 의원직을 유지하는 편법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비례대표제도는 당선자를 정당이 임의로 정하는 방식인 '폐쇄형 정당명부제'를 택하고 있어 정당에서 제명될 경우엔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는 비례대표의 경우에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고 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제명된 김홍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8일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제기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의원을 제명키로 했다. 사진은 16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김홍걸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21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비례대표 의원중 탈당했는데도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양정숙 의원과 김홍걸 의원이다. 민주당이 재산관련한 의혹이 후보검증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당선 이후에 드러나면서 제명조치했다. 윤미향 의원도 후보 부실검증 논란에 들어가 있어 제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탈당'이 아닌 '제명'으로 정당에서 출당 조치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정당은 '부실검증 면책'해택을, 의원은 '의원직 유지'혜택을 공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3월 13일에 내놓은 '비례대표 의원의 제명시 의원직 유지 규정의 쟁점 및 개정방향' 보고서는 "비례대표의원의 해당행위에 따른 제명결정에도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하는 현행규정은 역설적으로 당적을 변경하면서도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고 제명사유가 명백함에도 당적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제명 결정을 하지 않는 기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헌법상의 기본원리로 채택되어 있는 정당국가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폐쇄명부형 비례대표 선거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 선거제도에서 득표와 의석의 비례성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제명'에 의한 퇴출이 의원직 유지로 이어지는 허점을 이용해 올 초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들과 거대양당 위성정당 당선자들이 '셀프 제명' 으로 의원직을 유지한 채 정당을 찾아가는 변칙이 나타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의 이장우 의원은 소속정당으로부터 '제명'된 의원의 경우 퇴직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의회는 2018년 당직변경방지법을 통해 지역구 의원이든 비례대표 의원이든 의원총회에서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제명되며 제명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지역구는 보궐선거를 치르고 비례대표는 차순위 명부후보가 승계한다.

입법조사처는 "제명결정이 내려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정당기속을 요청하는 헌법의 정당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며 "해당행위를 한 비례대표의원에 대해 퇴직에 이르도록 하는 벌칙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제재의 악용을 막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당법에 비례대표의원의 해당행위 및 정당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은 비례대표 의원의 잦은 당적 변경으로 인한 정당 정치제도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국고금 보조를 받는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기능을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적실성 있게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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