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이어지는 코로나19 '돈풀기' | ② 한국판 양적완화 지속

지난해 100조원 유동성 공급, 소방수 역할

2021-01-20 11:37:41 게재

올해 업종별 양극화, 소상공인 지뢰밭 등 방심 일러 … 기업 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2021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백신 보급과 접종에 따른 코로나19의 점진적 수습과 이에 따른 경기 반등을 기대하지만 여전히 변수도 많다. 올해 예상되는 △통화신용정책의 전망과 영향 △코로나19 정책자금 지원 실태 △금융시장의 위험요인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제공

지난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원투수로 나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로 불리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 신호가 시장 안정화를 가져오고, 기업의 도산 등 경제위기를 방지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통화 및 재정당국의 유동성 공급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보지 않은 길, 최저 기준금리+& = 지난해 3월 한국은행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당시 금통위를 열어 일정 금리수준 이하로 시장의 유동성 수요에 대해서 사실상 무제한의 환매조건부증권(RP)매입에 나섰다. 이는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운영의 수단으로 행하는 RP매입의 범위와 대상, 규모 등을 일시적으로 완전히 푸는 조치로서 돈은 얼마든지 공급할테니 시장은 안심하라는 신호다.

특히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0.50%로 인하한 이후 통화당국은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이미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10여년 전부터 막대한 자산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경험이 있지만 한국은행은 사실상 초행길이었다. 더 이상 내릴 수없는 수준까지 떨어진 기준금리 조정 외에 특단의 수단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리 외 정책으로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국고채 매입과 무제한 RP 매입 등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선 데 이어 추가적으로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5월 항공과 해운,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기업 인사들과 만나 "한국은행이 과거와 달리 유례없이 저신용 회사채나 CP를 인수하는 기관에 대출금을 줘서 대부분의 기업 자금을 감당해주는 역할을 했다"면서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집행되어야만 지원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는 재정정책과 금융지원으로 위기 수습에 나섰다. 세 차례에 걸친 추경 편성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소상공인에 대한 초저금리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등 가능한 지원책을 쏟아냈다.

◆경기회복 판단 일러 = 정부와 한국은행, 민간 기관들의 2021년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위기감이 감돌던 때에 비하면 사정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금융시장은 안정화를 넘어 주식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시장의 과열현상이 문제될 정도이다.

경제도 수출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무역 규모를 1조580억달러로 예상했다. 4년 만에 1조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도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5382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트라(KOTRA)는 지난해보다 6.0∼7.0% 증가한 5400억∼55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반도체를 비롯한 IT업종과 조선 등 일부 업종이 살아나고 있는 데 반해 코로나19로 붕괴 직전에 직면한 산업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항공과 관광, 기타 서비스업의 부진은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하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제한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극한의 상태로 몰려있다. 정부가 일부 금융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업종의 위기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당장 유동성 공급을 중단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은과 정부는 올해도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기업과 중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에 나선다. 금융위는 지난 18일부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제3차 대출지원에 나섰고, 한은도 이번 달에 회사채 매입을 위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에 1조78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대면 서비스업이 상당히 부진하고 거기에 종사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등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우리가 지원을 성급하게 거둬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관련해 총 10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연준과 통화스왑을 통해 600억달러 한도의 외화대출 가운데 198억7200만달러(21조8600억원)를 지원했다. 여기에 국고채 단순매입 및 RP매입으로 33조9300억원, SPV에 1조7800억원 대출 등 총액 100조7500억원을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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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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