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요동치는 이커머스 시장

쿠팡 이베이 유통시장 판 흔든다

2021-03-16 11:21:09 게재

이베이코리아 매각 오늘 예비입찰

쿠팡 5조원 실탄확보 확장세 가속

이커머스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커머스업체인 쿠팡이 미국 상장을 통해 두둑한 투자금을 들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태세다.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작업이 막바지에 달했다. 네이버쇼핑은 몇년 사이 오픈마켓 신흥강자로 등장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며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관련 예비입찰이 16일 진행된다. 예비입찰에 어느 업체가 참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매각을 앞두고 관심사는 매각가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분 100%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희망가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미국 상장을 기념해 뉴욕 타임스퀘어에 상장 축하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쿠팡 제공


◆이베이코리아 누각 주인되나 = 이번 매각에에 신세계 롯데 카카오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칼라일, KKR도 유력후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기업은 쿠팡과 네이버쇼핑을 견줄만한 규모를 갖출 수 있어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와 롯데 모두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상대적으로 약한 온라인 사업에 날개를 달 수 있다. 최근에는 SK텔레콤도 이번 인수전에 참여할지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통해 오픈마켓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연간 거래액이 25조원으로 늘어나 쿠팡 거래액을 넘어서게 된다.

이베이코리아 5조원 매각가에 대해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과 저평가 됐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쿠팡 상장 이후 더욱 심화됐다. 이베이코리아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 20조원을 달성했다. 네이버쇼핑 27조원, 쿠팡 22조원에 이어 3위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99조원으로 뛰어 올랐다. 이베이코리아와 거래액이 2조원 정도 차이지만 기업가치는 20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같은 분석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매각희망가가 높다는 초반 분위기와 달리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업체는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 최강자로 올라 설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베이코리아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쿠팡이나 다른 이커머스업체와 달리 16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점도 매력적인 포인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이 높은 만큼, 누가 인수하든 업계 지형이 바뀌게 될 것"이라며 "이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른 만큼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쿠팡발 지각변동 = 쿠팡에 이어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새벽배송 원조 업체인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 김슬아 대표는 최근 사내 직원들에게 연내 미국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상장을 통해 대형업체로 성장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몰 티몰도 본격 상장준비를 하고 있고, 11번가와 SSG닷컴도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에 성공한 쿠팡은 5조원대 투자금을 확보했다. 쿠팡은 이 투자금을 활용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상장신고서에서 "고객 기반을 늘리기 위해 상품군 확대, 마케팅 채널 확장, 물류센터 시설 확장 등에 상당한 금액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쿠팡은 2025년까지 전국 곳곳에 쿠팡 물류센터를 세워 10km 이내 배송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100만평 부지에 물류 인프라를 추가 확충할 예정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국내 30개 도시에 100개 이상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투자한 규모를 넘어서는 물류망을 확장하게 된다.

또 쿠팡은 2025년까지 5만명 신규고용 목표를 제시하고, '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7개지역에 대형 물류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를 통한 배달 서비스 강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대. 자체브랜드(PB) 상품 강화, 신선식품 배송 등에 일부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배달앱 2위 사업자인 요기요를 인수하면 단숨에 배달의민족을 위협하는 2위 사업자에 오른다.

꾸준히 매각설이 나오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신선식품 경쟁력을 확보해 오프라인 시장까지 접수할 수 있다.

다만 쿠팡은 지난해말 기준 누적 적자는 41억1800만달러(약 4조5500억원)다. 2010년 창사 이래 단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이번 상장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진행해온 아마존식 전략이 통했다는 걸 이번 상장으로 보여줬다"며 "쿠팡 상장으로 국내 유통업계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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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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