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원 배달앱시장도 재편 가시권

2021-03-16 11:21:09 게재

2위 자리 놓고 '주판알 튕기기'

요기요 매각 장기화 가능성

네이버-카카오-쿠팡 '플랫폼' 강자 격돌

배달앱시장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사진)가 새 주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월 '요기요 지분 100% 매각'을 조건으로 요기요 독일본사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를 인수합병하는 것을 승인했다. 매각시한은 6개월. 단,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추가로 6개월 연장이 가능토록 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늦어도 내년 2월까지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

공정위 결합심사 기준 2019년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앱시장 점유율은 99%였다. 후발 배달앱인 카카오, 네이버, 쿠팡이츠 3곳 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이 당시 배달의 민족 시장점유율은 70%를 넘나 들었고 요기요 시장점유율은 거래대금기준 20%, 이용자수 기준 30%였다.

국내 2위 배달앱이 M&A(인수합병) 매물로 나온 셈이다. 실제 딜리버리히어로는 최근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법률자문사로 태평양을 선정하고 요기요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반면 플랫폼 위상 강화를 노리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에겐 놓치기 아까운 기회가 찾아왔다.

더욱이 국내 배달앱시장은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음식배달서비스 기준 국내 배달앱시장은 2015년 1조5000억원,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으로 추산됐다. 2020년엔 줄잡아 11조6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5년새 8배 가까이 시장이 급팽창했다.

배달앱 관계자는 "지난해 배달앱 이용자수는 3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 인구가 한국 2.5배인 일본 음식서비스(온라인 지출액이 2019년 8조원, 2020년 12조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배달앱 시장은 초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속 성장중인 국내 배달앱시장에서 요기요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배달앱 시장만큼 M&A시장에서도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요기요 인수가격 등을 고려 주판알을 튕키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경우 국내에서 네이버 예약을 통해 숙박뿐 아니라 식당예약도 진출한 상태다. 인지도가 낮은 네이버 간편주문을 단번에 2위로 끌어올리며 플랫폼 서비스간 시너지도 도모할 수 있다.

자회사인 라인도 일본에서 '데마에칸'이란 배달앱을 인수, 가맹점수 1위 배달앱으로 떠올랐다.

네이버는 태국 라인맨(배달), 대만 라인스팟(포장주문) 등 아시아 전역으로 온라인 음식관련 배달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요기요 인수 유력후보중 한 곳. 카카오톡 연동을 통해 인수 후 1위와의 격차를 가장 빠르게 줄일 수 있다. 모빌리티, 구독경제에 이어 생활밀착형서비스 강화에 요기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증시 상장으로 자금력을 확보한 쿠팡도 요기요 인수 가능성이 높다. 최근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출시하는 등 쇼핑 영역에서 콘텐츠, O2O(온라인투온라인)로 전방위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배달앱 쿠팡이츠는 최근 무세운 기세로 시장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다만, 요기요 매각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딜리버리코리아가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음식점에 최저가 보상제를 강요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준 혐의다. 재판이 통상 최소 1년에서 2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 작업도 그만큼 길어질 공산이 크다. 그렇더라도 시간의 문제지 배달앱시장 지각변동은 벌써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요기요 인수하는 곳이 배달앱시장 신흥강자로 떠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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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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