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태환 농협축산경제 대표

"사료값에 휘청이지 않는 축산업 준비한다"

2021-06-17 11:12:42 게재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공동구매 대응 … 가축분뇨 친환경 처리로 탄소중립에 한발

가축 전염병 공포에 축산농가는 사계절 긴장 속에 산다. 총력을 다해 막았다지만 축산농가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살처분의 상처가 남아있다. 그런데 올해 더 큰 걱정이 생겼다. 국제 곡물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사료값이 오를 낌새를 보인 것이다. 농협이 사료가격 폭등을 가까스로 저지하고 있어 농가에 미친 타격은 크지 않지만, 농협사료는 적자 위기에 놓였다. 농협사료를 자회사로 둔 농협 축산경제는 곡물수입가격 인하와 운송 효율화 방안을 찾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를 6년째 이끌고 있는 김태환 대표는 사료가격 문제와 축산분야 탄소중립을 올해 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 대표는 "원재료를 구매할 때 기존 공개 입찰방식 만을 고집하지 않고 장기공급계약 등 상황에 맞는 다양한 구매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농협의 구매 교섭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민간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원재료를 공동 구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현안으로 꼽히는 국제 곡물가격 폭등에 따른 사료시장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사료는 원료의 90%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외국 작황이나 기후, 수급상황 등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곡물수입은 큰 배로 온다. 7만톤짜리 들어오면 인천항에 내리고 군산항에 들러 울산항에 다시 내린다. 항구 비용이 2.5배 이상 더 든다. 각자 수입하기 때문이다. 하림과 공동수입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는데, 교섭력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림을 경쟁업체가 아닌 대승적 차원의 공동 수입선으로 보고 있다.

■하림과 곡물 공동구매 성과는

지난해 10월 하림과 곡물 공동구매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농협사료는 해외에서 조달하는 사료용 곡물 일부를 미국 워싱턴주 EGT(항만 곡물수출터미널 보유)사의 지분을 인수한 팬오션과 협의해 구매하기로 했다. 팬오션은 하림 계열사로 사료원료 공동구매를 모색하는 첫발을 뗐다. 우리가 하림과 같이 곡물을 수입하면 우선 단가 협상이 가능하고, 대규모 구매로 운송비가 절감된다. 그동안 상당한 양을 구입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미국 내 곡물시장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정보를 공유하면 항구비용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가질 수 있다.

■ 곡물가격 급등으로 현재 축산농가는 어느 정도 피해를 입고 있나.

농가에서 직접 지출하는 사료 소비자가격이 대폭 오른 것은 아니다. 농협사료가 중간에서 가격 인상을 막고 있는데, 언제까지 조정이 가능할지는 검토해봐야 한다. 농협사료는 올해초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지금은 사료가 축산 생산비용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사료가격 10%만 올라도 소 한마리당 생산비용이 20만원 더 들어간다. 소 한마리 팔아서 200만원 남는다면 사료값 인상으로 180만원만 남게되는 셈이다. 이런 외부요인에 크게 흔들리지 않으려면 축산농가도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는 농장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 모든 산업에서 탄소중립이 시작됐다. 축산의 친환경 정책과 탄소중립 사업은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1.3%로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세계적 이슈이고, 축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가축분뇨 처리를 확대하고 이를 사용하는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농가에 쌓이는 가축분뇨를 더욱 신속하게 처리해 냄새저감 뿐 아니라 탄소발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자원화사업장은 27개 농축협에서 31곳을 운영, 연간 70만톤의 가축분뇨를 수거하고 있다. 가축분뇨 위탁처리시설을 확대해 이를 에너지화하는 사업도 필요하다. 이는 개별농가가 처리하는 것과 비교해 30~65%의 메탄가스 감축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가스나 바이오플라스틱 시설, 고체연료 생성 등 가축분뇨 사용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 가축분뇨를 부숙해 배출하는 의무화 사업은 제대로 정착됐나.

가축분뇨부숙도 의무화 유예기간이 종료된 3월 적용대상인 4만9030호 농가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 적합 비율이 99.4%에 달했다. 시행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지금 정착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아직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가령 축산농장에 퇴비사를 지어야 하는데, 이를 건폐율에 포함시킬 경우 농장 규모가 작아진다. 농가에서는 건폐율에서 제외해달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 가축분뇨 부숙도 의무화로 인해 올해 1분기 축산 악취 민원은 지난해 대비 11% 감소했다.

■ 농협 축산경제 대표 6년째다. 지난 성과를 꼽는다면

2000년 농협과 축협이 통합됐다. 하지만 축협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농협법에 축산대표는 축협조합장이 직접 선출하는 특례를 뒀다. 2016년 1월 농협축산경제 대표에 선출됐는데, 당시 정부가 특례를 없애려 해 축협조합장들 반발이 컸다. 이를 잘 해결했다고 평가한다.

2017년에는 무허가 축사 문제가 불거졌다. 지을 때 잘못한 것도 있지만, 지은 후 법과 제도가 바뀌어서 현행법에 안맞는 것도 많았다. 환경법 등 27개 법에 저촉된 상황이었다. 상당히 논란이 됐는데 합법화 조건으로 유예기간 2년 이상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2018년에도 사료문제가 복잡했다. 수십년동안 올리지 않았던 사료가격을 올리려는 축협 사료공장들과 농협축산경제와 갈등이 불거졌다. 2019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졌다. 당시 철원 농장에 사료를 공급하지 말라고 해서 직접 농장주를 만났다. 돼지 눈을 보니까 차마 살처분을 못하겠다며 울더라. 이후 복지 농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전남 해남에 한우 복지농장으로 지정된 곳이 있다. 우사가 1000평이고, 운동장이 1000평이다. 14개월까지 운동장에서 놀다가 우방에 2마리씩 들어간다. 다른 한우농장은 5마리씩 넣는다. 이런 부분을 하나씩 해결했던 해이다. 2020년은 코로나 파동으로 농가 전체가 힘들었다.

■ 올해 축산분야 중점 과제와 향후 계획은

축산의 사회적 책임은 탄소 발생을 적게하고, 발생한 것을 토양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육두수를 줄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규모는 유지하되 메탄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사료를 개발해야 한다. 현재 농협사료에서 연구하고 있다.

축산 측면으로 보면 누구나 종사하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목표다. 축산농가 소득이 평균 8818만원이다. 축산업으로만 벌어들인 수입은 5500만원이다. 하지만 근무환경과 사회적 평판 등에서 아직 선호하는 직업으로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 축산업을 누구나 선망하는 평생직종으로 만들고 싶다.

이선우 팀장·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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