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에어컨 담합' 소송, 10년 만에 마무리

2021-07-13 11:35:59 게재

수백억원대 민사소송 화해권고 결정

삼성·LG·캐리어, 수십억원 물어줘

삼성전자와 LG전자, 캐리어 등 가전업체가 전국 시도교육청과 10년여간 벌여온 소송전이 화해권고 결정으로 마무리 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0부(한성수 부장판사)는 서울시교육청 등 전국 시도교육청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오텍캐리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화해권고 결정을 했다.

화해권고 결정은 판결과 달리 공개되지 않고, 양측이 함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소송 규모 등을 고려해 3개사가 시도교육청에 수십억원을 배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삼성전자 등 3개 업체가 전국 초중고교에 시스템에어컨과 텔레비전 등을 공급하면서 가격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애초 이 사건은 한 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공급된 시스템에어컨 가격과 양판점이나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자, 청와대 신문고 등에 이를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개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가격담합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2010년 11월 시스템에어컨 담합행위와 관련해 삼성전자에 160억원, 오택케리어(당시 캐리어)에는 16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달 뒤에는 TV 담합행위에 대해 삼성전자에 15억1500만원의 과징금을 다시 부과했다. 모두 191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당시 LG전자도 가격담합에 대해 조사를 받았으나 리니언시(자진신고시 처벌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를 이유로 시정명령은 물론 과징금도 면제받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3개사는 초중고교에 시스템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사전모임을 통해 가격을 담합했다. 2008년 시스템 전력제어시스템의 경우 납품단가는 209만~238만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3개사 모두 299만원으로 30% 이상 가격을 올렸다. TV 역시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납품하는 조달단가를 사전 조율했다.

공정위 과징금과 시정명령 조치에 이어 전국 시도교육청이 2011년 개별적으로 삼성전자 등 3개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피한 LG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3개 업체를 상대로 청구한 것만 42억원 가량 된다. 나머지 시도교육청의 청구액을 고려하면 수백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각종 사업을 국가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맺은 경우 담합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예컨대 10만원짜리 제품을 경쟁입찰을 통해 8만원 이하에 살 수 있는데, 담합행위로 9만원에 구매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차액인 1만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담합행위의 정도와 실제 피해가 발생했는지 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실제 손해배상액과는 차이가 있다.

10년을 끌어온 이 재판은 최근 법원이 선정한 감정인이 시도교육청의 예상 손해액을 감정해 보고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재판부가 감정액을 토대로 일정 비율의 손해배상을 권했고, 시도교육청과 3개사 모두 합의했다.

화해권고는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지만 강제조정은 물론 화해권고 역시 구체적 합의안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화해권고 흐름과 사건 성격상 감정액의 70~80%선에서 합의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가 사건 당사자들에게 화해권고결정문을 발송하면 대개는 확정된다. 다만 수신 후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변론이 다시 시작된다. 이번 사건은 사건당사자들이 재판부의 제안을 모두 수락해 최근 확정됐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