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지방세 비율 7대 3 사실상 '포기'

2021-07-14 10:54:23 게재

여당·정부 지방소비세율 7% 인상 놓고 이견

7대 3 되려면 17.5조 필요한데 1/3 인상 논의

지자체·자치분권단체 "문재인정부 동력상실"

정부와 여당이 진행 중인 2단계 재정분권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6개월 넘게 논의를 진행했지만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재쟁분권특위,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여당의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재난지원금 논의 등 다른 현안에 밀려 7월 말 합의도 불투명해졌다.

13일 행정안전부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한국지방세연구원 등에 따르면 민주당 재정분권특위와 자치분권위, 행안부는 최근 2단계 재정분권을 위한 이른바 '조율대안'을 내놨다. 지방세의 확대를 전제로 한 이 대안은 지방소비세율 7%p 인상, 경마장 등 특정장소분 개별소비세의 지방이양, 교육세 일부의 지방교육세 전환, 기초연금 국고보조율 인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지방재정 증가액은 8조9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재정규모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 7대 3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늘어난 세수 등을 고려하면 7대 3 비율을 맞추는데 최소 17조5000억원(한국지방세연구원 7월 초 분석결과)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필요 재정의 절반 정도밖에 마련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8조9000억원 또한 지방재정의 순증규모가 아니다. 국가사무 지방이양으로 인해 늘어나는 지방재정 부담분(1조3000억원)과 지방소비세 증액으로 인한 지방교부세 감소분(1조2000억원) 등 지방재정이 새로 떠안게 될 부담들을 고려할 경우 실제 지방재정 순증규모는 5조4500억원에 불과하다. 7대 3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규모(17조5000억원)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1/3 수준의 증액도 성사될지 미지수다. 기재부는 이마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다. 기재부는 지방소비세를 기존보다 2.8%p 수준만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가사무 지방이양으로 인해 늘어나는 재정부담분만 반영한 수치다. 금액은 2조2500억원 정도 되지만 사실상 지방재정 순증은 없는 셈이다.

기재부는 국세의 지방세 이전 대신 각종 보조금이나 지방교부세 등을 손봐 2조원 안팎의 지방재정 확충 효과를 얻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2조원을 늘려줄 테니 이를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가 알아서 분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이달 초 행안부 등에 전달한 기재부 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기재부가 '대외비'를 전제로 안을 제시해 다른 부처·기관에서도 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 6월 말까지 2단계 재정분권을 위한 여당·정부 조율안을 확정하고 필요한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합의안 도출에 실패해 7월로 넘어왔고,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늦어도 7월 중에는 합의안을 만들고, 국회를 통해 필요한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이해당사자인 지자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기재부 안이건 행안부 안이건 당초 정부가 약속한 2단계 재정분권 목표와는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시·도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다음 정부에 공을 넘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자치단체장은 "이미 정부·여당은 개헌 불발과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을 맞으면서 재정분권을 위한 동력을 상실했다"며 "대선 정국에서 유력 후보들이 지금보다 획기적인 재정분권 공약들을 쏟아낼 텐데 그에 앞서 찔끔찔끔 손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자치분권단체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이두영 지방분권충북본부 공동대표는 "현 정부에서 할 만큼은 해야겠지만 이미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며 "다음 정부에서 분권개헌을 비롯한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게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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