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조달센터, 지체상금 돌려줄 판

2021-08-11 13:16:17 게재

법원 "불이익은 발주처 부담"

'허술한 계약'으로 공기 지연

수백억원대 관급 공사가 지연되자 발주처가 도급사에 책임을 넘겼지만 법원은 발주처 책임이라고 판단했다. 허술한 계약서로 구체적 책임을 따지기 힘들 때 도급사에게 책임을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6부(임기환 부장판사)는 대성산업과 지멘스로지스틱스가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조달센터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대금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6년 8월 대성산업과 지멘스는 우정사업조달센터가 발주한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물류자동화 제조구매설치사업'에 각각 41%, 59%의 지분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입찰 받았다. 이 사업은 물류작업장 건물 내부에 소포구분장비와 컨베이어시스템 등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것으로 4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2020년에 마무리 됐다.

대성산업 등은 자동화설비 설치를 마친 뒤 대금을 청구했는데, 우정사업조달센터는 2차 계약에 따라 납품기한 지체를 이유로 15억1200만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결국 우정사업조달센터는 전체 지급대금 중 지체상금을 제한 대금만 대성산업 등에 지급했다.

대성산업 등은 "계약조건을 모두 이행했고, 건물의 완공 지연에 따라 공기가 늦어졌기 때문에 지체상금은 대폭 감액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정사업조달센터는 "건물 완공이 다소 지연됐으나, 대성산업 등이 대금 증액을 요구하며 스스로 준공신청을 지연함 점 등 계약이행 지체 책임은 원고들에게 있다"고 맞섰다.

양측의 계약내용과 공정 과정을 살펴 본 재판부는 "(문제가 된 공정과정) 계약서 자체로는 계약금액과 납품기한만을 알 수 있을 뿐"이라며 "원고들이 납품기한까지 제공할 구체적 역무범위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에는 제안요청서나 공정표가 첨부돼 있지도 않다"며 "수급인이 제공할 역무의 구체적 내용을 정해야 할 계약에서 구체적 정함을 두었다고 보기 어렵고, 지체상금 기준도 분명하지 않은 이상, 이로 인한 불이익은 우정사업조달센터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관련 계약에는 재료비 항목만 있고 인건비나 설치비 항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건물 내부에 장비 설치 작업에 착수했지만 이 건물 벽체 일부 및 창호, 건물 진입로 포장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2차 계약에서 기한이 71일 지체됐다고 해도 책임이 전적으로 원고들에게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체상금 15억1200만원 중 41:59 비율로 우정사업조달센터가 각각 대성산업과 지멘스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정사업조달센터는 이 판결에 불복했고,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민사21부에 배당됐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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