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법 국회처리, 뒤늦게 속도내나

2021-09-08 10:46:57 게재

여당, 주요 입법과제 선정

7일 국회에서 대책 토론회

"거대 플랫폼기업 입점한 180만개 업체 보호 미흡"

더불어민주당이 하반기 정기국회 핵심 입법분야로 '플랫폼 경제'를 지목했다. 국회에서 1년 가까이 발이 묶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국회에서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이달 열린 하반기 정기국회 당내 워크숍에서 온플법을 주요 입법과제로 선정했다"며 "9~11월 정기국회에서는 부처 간 조정 등을 포함해 당 차원에서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온플법 관련 법안은 총 8건에 달한다. 그러나 규제 권한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카카오·네이버·쿠팡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약 180만개의 업체와 소비자들은 여전히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목상권 생태계 무너뜨려 = 이날 토론회는 송갑석·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거대 플랫폼업체 가운데 카카오그룹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올렸다.

카카오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2015년 45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18개로 늘었다. 카카오는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 꽃, 퀵 서비스, 택시 서비스 등 각종 내수사업으로 진출했다. 참석자들은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시장을 장악했고, 골목상권을 잠식했을뿐 아니라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카카오가 택시, 헤어샵 등 각종 내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지배적 사업자가 된 후 업계 노동자와 영세 사업자 지위를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가 진출한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확보하고, 그 이후에 불공정한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택시, 헤어샵까지 진출" = 이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카카오T 택시기사들은 이미 불공정 문제들을 몸으로 겪고 있다"며 "콜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콜을 배정받고 응해야만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상황에서 화장실 갈 시간 조차 없이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카카오가 헤어샵 서비스를 통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시중 헤어샵 홍보와 예약 대리 서비스의 대가로 카카오가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영세 사업자가 카카오 헤어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지면서 이들의 협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며 "카카오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카카오의 시장 확장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듯하지만, 독과점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이후에는 가격 인상 등 행위를 통해서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회장은 "카카오는 처음에는 편리한 무료 서비스로 소비자를 모은 후 점차 손실을 만회하고자 전략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으로는 견제 어려워 = 카카오 같은 플랫폼의 공격적인 시장 침투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기준을 담은 규제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치원 변호사는 "플랫폼 기업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점유해 경쟁사를 고사시킨 후 전략적으로 초기에 가격을 인상하지 않거나, 가격을 인상하고서도 소비자가 이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소비자 후생을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문제를 판단하는 현행 규제 기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마존을 대표 사례로 설명하면서 "개별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시장경쟁에 미치는 종합적 영향을 고려한 규제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현재 법률로는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견제가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며 "플랫폼 경제의 양면시장 성격과, 새롭게 파생된 데이터 독식 문제를 고려한 새 규제안들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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