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하는 암방사선치료

맞춤형 방사선치료 "암, 너 죽고 나 살자"

2021-09-10 11:54:53 게재

양성자치료에서 중입자-중성자 기술까지 등장 …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 국내기술로 개발

암치료 경험자들은 5년이라는 치료기간 동안 중증화와 재발의 '공포'에 시달린다. 5년 지나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치 못한 삶을 산다. 그래서 완치를 희망하며 암 세포의 지독한 생존력을 이겨내기 위해 인류는 암치료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세계적으로 표적암치료제 등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제 국내에서는 때를 놓치거나 심한 말기나 전이상태가 아니면 많은 경우는 호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최근 국내에서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술이 도입되는 등 암 방사선치료기술도 진일보하고 있다. 기존 방사선기술이 도달하지 못한 수술하기 힘든 부위와 재발암 등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본지는 암환자들의 치료 선택 폭을 넓히고자 방사선치료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붕소중성자포획시스템 장비. 아랫 왼쪽부터 빔라인-DT선형가속기-고주파4극 가속장치-입사기 장비이다. 사진 다원메닥스 제공

 


지독한 암세포를 겨냥한 기존 방사선치료는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아 암과 더불어 같이 나약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본래 방사선치료는 암세포 방사선을 쏘아 암세포를 죽이고 암세포가 주변으로 증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암치료 방법이다. 보통 암이 있는 부위를 겨냥해 방사선을 쏘아 정상세포의 손상은 최소화하고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방사선치료의 효과는 암세포가 방사선을 쐬고 나서 몇 일 혹은 몇 주가 지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치료가 종료된 후에도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암세포는 계속해서 죽어간다.

방사선치료는 암세포 주변에 인접한 건강한 정상세포들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건강한 세포의 대부분은 방사선치료가 끝난 후 서서히 정상적으로 회복되지만 허약해져 있는 암환자에게는 힘겨운 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항암치료를 받은 암환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부분이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있다. 암환자가 치료 때문에 더욱 골골하고 아프다면 치료의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방사선치료 횟수를 줄이고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추진돼왔다.

◆방사선치료 부작용 줄이고 효과는 높이기 = 국내에 도입됐거나 도입 중인 신방사선기술에는 양성자-중입자-중성자 치료기술들이 있다.

양성자치료기술이 먼저 도입됐다. 국립암센터가 2007년 첫 환자 진료를 시작했고 2015년 건강보험이 일부 암치료에 적용되면서 치료기회가 확대됐다. 현재 서울삼성병원과 더불어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양성자치료는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암세포 주변의 정상조직에는 방사선노출이 거의 없다.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두려워하거나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줬다.

양성자치료는 폐암 식도암 안구암 두경부암 뇌종양 등 여러 난치암에 성공적인 치료 성과를 보이고 있다. 생존율이 낮은 간암과 췌담도암에 양성자치료가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소아청소년암에 걸렸을 때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성장지연과 기능장애 등 이차암을 유발할 수 있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양성자치료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양성자치료에 보통 2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건강보험적용으로 간암치료의 경우 10회 총 70만원 정도 본인부담을 하면 된다. 국립암센터는 양성자치료기 한 대를 더 도입할 예정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장은 "암세포만 정확하게 타격하는 양성자치료를 국민 누구나 받을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고 밝혔다.

◆2023년 중입자치료기 도입 예정 = 중입자치료기법은 연세세브란스 암병원에서 도입 중이다. 3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중입자치료기는 2023년 초 국내 최초로 치료가 시작될 예정이다.

중입자 치료기는 중입자(탄소원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의 암조직에 쏜다. 중입자는 암 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고 암조직만을 사멸시킨다.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이전 치료기간에 비해 짧아진다. 기존 방사선이나 양성자치료와 달리 12회에 정도 치료받는다. 치료기간도 5∼7주인 기존 치료와 달리 중입자치료는 초기 폐암은 1회, 간암 2회, 가장 치료기간이 긴 전립선암이나 두경부암은 3주 이내에 치료가 끝난다.

독일 2대, 이탈리아 1대, 일본 5대, 중국 2대 등 세계 총 10대가 운영 중이다. 1994년 도입된 이래 2만명 이상 치료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겨우 치료 대상이 전체 암환자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연세암병원은 분석했다. 폐암 간암 취장암과 재발성 직장암, 골육종 등 난치암 환자를 고려해 연간 1만명 정도가 치료 대상으로 여겨진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환자에게 수술 전 중입자 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 생존율이 20% 이하에서 53%까지 올랐다.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환자에게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할 경우 2년 생존율이 10% 미만에서 66%까지 높아진 것으로 연구됐다.

◆해외 경쟁력 갖춘 붕소중성자포획치료 = 중성자치료는 붕소중성자포획치료법으로 다른 방사선기기와 달리 국내첨단기술로도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다원메닥스가 개발했다.

붕소중성자포획치료는 치료용중성자조사장치와 붕소의 약품을 이용한 이중치료법이다. 치료 전 환자에게 암세포에 타깃이 되는 붕소약물을 주입하면 종양에 높은 농도로 집적된다. 이때 종양에 중성자를 쏘면 붕소가 중성자를 포획해 핵반응을 일으켜 고에너지를 뽑아낸다. 그 에너지는 매우 짧고 강력해 암세포핵의 DNA는 파괴시키지만 주변의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한다.

다른 방사선치료와 달리 1∼2회로 높은 치료기대를 얻을 수 있다. 치료할 때 통증이 없고 일상으로 바로 복귀가 가능해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입자방사선치료 가운데 중성자포획치료법이 가장 늦게 나타난 것은 1932년 중성자가 세상에 알려지고 1936년 붕소중성자포획치료가 가능함이 예측됐지만 당시 중성자는 원자로에서만 생산이 가능한 탓에 다루기 어려웠고 중성자를 잘 잡는 붕소원소성분(B-10)을 추출하는 기술 또한 어려웠다.

최근 미국 일본 한국에서 병원용 중성자치료장치가 개발되면서 붕소중성자포획치료 시스템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미국은 정전형, 일본은 원형, 국내는 선형방식으로 양성자를 가속해 중성자를 발생시키는 기기를 갖췄다. 국내 방식은 잔류방사선량이 낮아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 미국 일본 중성자치료장치보다 경쟁력이 있다.

◆재발암이나 수술 어려운 암 치료에 진전 = 다원메닥스에서 중성자포획치료기 및 의약품 개발 중인 서효정 핵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중성자포획치료는 세포단위 치료이므로 CT, MRI, PET/CT 혹은 PET/MRI와 같은 장비에서 잘 보이지 않는 미세침습의 경계부위나 작은 병변에 대해서도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뇌종양과 두경부암에 가장 많은 임상시험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재발암이나 수술하기 어려운 암을 치료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전망이다.

국내 방사선치료기가 전량 해외에서 수입되는 가운데 국내기술로 붕소중성자포획치료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뜻깊다.

한국은 일본과 미국과 치료용중성자조사장치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일본은 지난해 3월 허가를 취득해 세계 두 번째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핵심기술개발 연구과제가 기획된 후 2016년 5월 다원시스의 '가속기기반 붕소중성자 포획 시술이 1시간 이내에 가능한 시스템 개발' 국책과제가 시작됐다. 다원시스의 기술을 기반으로 선형양성자가속기 개발과 중성자 발생장치 개발, 베릴륨 표적 기술, 발생된 중성자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감속집합체가 개발됐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와 의약품전문회사인 다원메닥스가 환자 치료계획 시스템 개발, 붕소약물 개발 등을 수행해 전체 치료시스템을 완성 중이다. 동물실험을 시행했으며 임상시험 진입 중이다.

유무영 다원메닥스 대표는 "암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중성자포획치료기술을 개발해 재발과 수술이 어려운 암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제공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것뿐만아니라 중국 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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